"지금까지 야구하면서 가장 뜻깊은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올해 정규리그 다승왕(17승)과 승률왕(0.895)을 차지한 정민태(33.현대)가 25일열린 200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이 끝난 뒤 실시된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투표수 76표 가운데 74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이로써 지난 98년 현대 우승 당시에도 MVP에 올랐던 정민태는 이종범(93.97년.당시 해태), 투수 김용수(90.94년.LG)와 함께 최다 한국시리즈 MVP 수상자에 올랐다. 정민태는 98년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과 4차전에 선발로 나서 모두 승리,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투수가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것은 지난 99년 구대성(한화)에 이어 4년만에처음. 정민태는 "선발 21연승이라는 세계기록도 세우고 한국시리즈 우승에다 MVP까지수상해 가장 잊혀질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돌아가신 정몽헌 회장님께 우승컵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다 올해 국내로 복귀한 정민태는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과 4차전 그리고 마지막 7차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어 이번 시리즈를 '정민태 시리즈'로 불러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 "어려운 상황을 혼자서 책임지다보니 스트레스도 많았다"는 정민태는 "모든 것을 하늘이 내린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감회를 밝혔다. 우승 확률 80%를 보장하는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서 6⅓이닝 동안 4안타 2실점(1자책)해 승리를 견인한 정민태는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뒤지던 4차전에서 6이닝을 9안타 3실점으로 막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또 현대와 SK가 3승3패로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친 7차전에서도 9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의 완봉 역투를 펼쳐 팀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이 나온 것은 이번을 포함해 통산 6차례에 불과한데다 지난96년 해태와 현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의 이강철(해태) 이후 7년만이다. "벤치에서 마지막까지 책임지라고해서 끝까지 집중해 던졌다"는 정민태는 "평소와는 달리 1회부터 몸쪽공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이진영, 김기태 등 가장 껄끄러운상대는 철저하게 잡으려고 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규리그에서 선발 21연승의 대기록을 세운 데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쉽게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바로 일본에서 활동하기전인 98년 포스트시즌을 포함, 8연승을 달렸고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승인 10승을 일궈낸 것. 정민태는 "일본 진출 전보다 국내 타자들이 많이 발전해 힘보다는 두뇌피칭을펼친 것이 올해 가장 큰 성과"라며 "MVP 상금 1천만원의 절반은 팬들을 위해, 나머지는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