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대에3승4패로 무릎을 꿇어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정상 정복의 꿈을 이루지 못했으나 우승 못지 않은 값진 성과를 거뒀다. SK는 창단 첫해인 2000년 꼴찌의 초라한 성적으로 출발해 2001년 7위, 지난해 6위로 한 계단씩 올라서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려 올시즌 초 야구 전문가들로부터삼성과 기아, 현대의 `3강'에 밀린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됐던 게 사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에서 치열한 4강 관문을 뚫고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더니 지난해 챔피언 삼성과 올해 정규리그 2위팀 기아에 5전전승을 거두고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괴력을 보였다. SK는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현대와 3승3패로 균형을 맞춘 뒤 마지막 7차전에서 정민태의 완봉 역투에 눌려 0-7로 져 우승이 좌절됐지만 선수들이보여준 끈끈한 팀워크와 강한 투지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프로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SK 돌풍은 시범경기때 이미 감지됐다. 올시즌을 앞두고 `데이터 야구의 마술사' 김성근(61) 전 LG 감독의 수제자 조범현(43)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취임했고 조 감독은 쌍방울 시절 직접 조련했던 명포수 박경완(31)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자 3년간 19억원에 데려왔다. 박경완의 가세로 배터리 호흡을 이룬 이승호(22)와 채병용, 제춘모(이상 21세),정대현(25), 김명완(22) 등 영건 마운드는 덩달아 시너지효과를 냈고 이는 팀 방어율 2.08의 짠물투구를 앞세워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하는 밑천이 됐다. 지난 5월25일 창단 첫 정규리그 단독1위에 오르며 기세를 이어갔던 SK는 후반기채병용, 정대현 등 주축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한때 중.하위권으로 주저앉았으나 막판 한화와의 4강 혈투를 승리로 장식하고 포스트시즌 관문을 통과했다. SK는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거침없는 파죽지세 행보를 계속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명승부사' 김응용 감독이 이끌고 이승엽-마해영-양준혁으로이어지는 최강의 중심타선을 보유한 삼성과 마주한 SK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노련한 박경완은 빼어난 투수 리드와 김원형을 중심으로 한 든든한 불펜진은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고 여기에 조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과 김기태, 김민재 등 노장타자들의 매서운 공격력이 보태져 삼성호를 격침시킬 수 있었다. 또 기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SK는 3경기에서 10타수 8안타의 불방망이를 과시한 이진영을 공격 선봉에 내세워 기아 마운드를 두들기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올라 상대팀을 탐색해왔던 현대를 만난 SK는 상대팀 에이스 정민태와 심정수-이숭용-정성훈의 중심타선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정민태는 1, 4, 7차전 선발로 나와 모두 승리했고 이숭용과 용병 클리프 브룸바등 현대 타자들은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어깨 피로가 누적된 SK 투수들을 집중 공략했다. 결국 올 시즌 내내 그라운드 돌풍의 중심이었던 SK는 현대의 벽에 막혀 우승 꿈을 접었고 정상 등극을 기쁨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지만 올시즌 보여준 선전은 두고 두고 팀전력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