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정민태(현대)와 부상의투혼의 김원형(SK)의 대결이 불꽃을 튀긴 200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 하늘이 내려 준다는 한국시리즈의 우승컵의 향방은 5회말 2사후 SK의 3루수 에디 디아즈 앞에서 나온 내야안타 2개가 결정지었다. 현대의 정민태는 5회까지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여줬고 SK의 김원형도 어깨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맞고 출전하는 투혼으로 현대의강타선을 1실점으로 막으며 역투했다. 김원형은 5회말 김동수를 삼진, 박진만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2사 후 전준호와 박종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한계를 드러냈다. 다음 타석에서 좌타자 이숭용이 나오자 SK는 좌완 김영수를 마운드에 올렸고 이숭용의 빗맞은 타구가 그라운드를 구르자 이닝은 쉽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타구는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힘없게 굴러갔고 3루수 디아즈가 전력질주하며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공은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빠져 나오며 타자와 주자는 모두 루에 안착, SK의 2사 만루 위기가 계속됐다. 한국시리즈에서 1할대의 빈타에 그치던 4번 타자 심정수는 2타점 좌전안타를 터뜨리며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 냈고 후속타자 정성훈은 타구가 또 한번의 디아즈를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정성훈의 땅볼 타구는 크게 그라운드를 튀긴 뒤 디아즈쪽으로 향했고 이번에는디아즈가 완벽하게 잡았지만 던질 곳을 찾지 못하는 사이 주자는 모두 세이프되며다시 만루. 이어 클리프 브룸바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스코어는 순식간에 5-0이 되며 승부는 현대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디아즈는 올 시즌 호쾌한 타격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안정된 수비로 3루수와 1루수, 2루수를 가리지 않고 출전해 SK 조범현 감독의 대타와 대수비 선수 기용의 폭을넓혀준 `멀티플레이어'였기에 이날 디아즈 앞에서 나온 내야안타 2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5회말이 끝난 뒤였지만 현대 구단 관계자는 비로소 웃음을 지을 수 있었고 현대의 정재호 단장은 경기장내 흡연구역에서 시원하게 담배 한모금을 빨았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