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인가, 재신임인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자랑하던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FIFA랭킹 100위권인 베트남과 오만에 연달아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사령탑인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에 대한 경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코엘류 감독은 상반기에 콜롬비아 등 강팀과 가진 친선경기에서 1승1무3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지만 적응기라는 점이 감안돼 변치 않는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코엘류 감독이 오만에서 열리고 있는 2004아시안컵 2차예선 E조 2라운드에서 20일 베트남에 0-1로 패한데 이어 22일에는 오만에 1-3으로 연달아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그의 자율축구에 신뢰를 보냈던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계속 시간을 주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축구팬들 또한 코엘류 감독에 커다란 실망을 느끼고 축구협회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팬들은 선수들의 경우 이미 월드컵축구대회를 치르면서 기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만큼 과거와 같은 장기간의 합숙훈련을 하지 않아도 팀만 구성되면 상당한 실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코엘류 감독은 이같은 지휘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경질론에 맞서 대표팀을 추스릴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재신임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코엘류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을 입힐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여전히 국내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해 나가고 있는 등 갖고 있는 지휘능력을 맘껏 펼칠 여지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물론 하위팀들에게 덜미를 잡힌 치욕이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겠지만 오히려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일단 당사자인 코엘류 감독은 오만전이 끝난 뒤 "선수들이 커버플레이를 잘못해 패했으며 나는 내년 8월 31일까지 약속된 임기를 채우겠다"며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협회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축구협회는 일단 코엘류 감독에게 아시안컵을 맡긴 만큼 본선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23일 열리는 기술위원회에서 강한 반론이 제기될 경우 경질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을 훈련시킬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는 데다 아직 전지훈련한번 가지 않은채 이번 예선에 참가했다가 당한 결과이기 때문에 일단 힘을 실어주고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질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문선 SBS해설위원도 "지금은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코엘류 감독이 귀국한 뒤 기술위원회를 통해 누구에게 과연 책임이 있는지 객관적인 검증을 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특히 "자신이 신임하는 코칭스태프를 끌고온 히딩크와 달리 코엘류는 혼자이며 해외파가 빠지고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미비했다는 점에서 코엘류만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