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백(back)티'에서 언더파를 치는 불가사의(?)한 아마추어 골퍼가 있다. 옥외광고 대행사인 ㈜광인의 정광호 사장(49)은 '프런트(front)티'에서 치면 핸디캡이 1,백티에서 치면 핸디캡이 3인 '고수 중의 고수'다. '언더파 고수'들의 전형인 주 3회이상의 라운드도 정 사장은 하지 않는다. 주말을 이용해 한두차례 라운드하는 게 전부다. 그의 베스트스코어는 올 1월 인도네시아 골프장에서 기록한 66타이며 국내에서는 올해 리베라CC에서 두차례 기록한 5언더파 67타다. 모두 백티에서 쳤다. 리베라CC에서 기록한 67타의 스코어카드에는 버디 8개,보기 1개,더블보기 1개가 적혀 있었다. 골프입문도 지난 94년4월로 늦은 편이다. 당시 부산에서 사업을 하던 정 사장은 입문 15일 만에 한 첫 라운드에서 1백13타를 치고 2개월 만에 80타대에 진입했다. 이어 5개월 만에 70타대 스코어를 냈다. 2년가량은 70타대와 80타대를 오고갔으나 이후 70타대를 안정적으로 기록했다. 최근 몇년간 가장 나쁜 스코어가 80타라고 밝혔다. "솔직히 저도 연습을 안 하고 골프를 잘 치는게 신기해요.프로골퍼가 됐어야 할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가끔 듣습니다.저는 승부욕이 강합니다.사업할 때도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침착해지는 것 같아요.골프연습은 못하지만 집에서 아령을 들고 앉았다 섰다를 1백회 정도 3년째 매일 하고 있어요." 그래도 그런 스코어를 낼 수 있는 비결을 더 캐물었다. "한 골프연구소에 가서 구두 신고 열번의 스윙을 했는데 전부 클럽헤드 한 가운데에 볼을 맞혔어요.간결하게 스윙하면서 임팩트가 뛰어난게 스코어가 좋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정 사장은 이같은 골프실력에도 불구하고 '도박성 내기골프'는 하지 않는다. "제가 라운드하는 사람의 80%가 비즈니스 골프예요.1백타를 넘게 치는 분이 대다수죠.그래도 항상 웃고 즐겁게 라운드하면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그와 라운드하면 실력에 반하고 매너에 또 한번 반하게 된다. 예전에 캐디들이 최고의 골퍼에게만 준다는 털실로 짠 우드 커버를 그는 무려 다섯개나 받았다. 정 사장은 주변에서 아마추어대회에 나가라고 권유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나간 적이 없다.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시작했고 골프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만족해요"라고 말하는 그의 후덕함도 골프를 잘 하는 비결처럼 들렸다. 글=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