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왕' 박세리(26.CJ)가 국내 여자선수로는처음이자 올시즌 마지막으로 `금녀(禁女)의 벽'을 넘어 남자 대회에 도전한다. 박세리는 오는 23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 서코스(파72. 7천52야드)에서 개막하는 2003 동양화재컵 SBS프로골프최강전(총상금 3억원)에 출전, 올시즌전세계 골프계의 핫이슈인 `성(性)대결'의 또 다른 장을 연다. 베이브 자하리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스앤젤레스오픈에서 컷을 통과한뒤 58년이 흐른 뒤 남자무대에 뛰어든 여성들은 모두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PGA 투어에 도전한 `지존'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수지 웨일리(미국), PGA2부 투어 등에 나섰던 `골프 천재' 위성미(14.미국명 미셸 위), 그리고 한국오픈에출전했던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영국)는 높은 컷의 벽을 넘지 못했다. 또 시니어투어에서는 LPGA투어 통산 16승의 잰 스티븐슨(51.호주)도 출전자 90명 가운데 최하위의 성적을 내는 데 그치며 남녀의 격차를 새삼 확인했던 것. 따라서 2003년 성대결의 `완결편'이 될 이 대회에서 박세리가 컷을 통과 , 여성의 남자대회 도전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길 지가 관심거리다. 이와 함께 올시즌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남자프로골프 상금 및 다승왕 경쟁도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 박세리, 컷 통과 여부 관심 메이저대회 4승을 포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둔 박세리지만 남자대회 컷 통과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올시즌 LPGA 투어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가 262.4야드에 불과해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남자 골퍼들에 비해 절대 열세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열리는 레이크사이드골프장 서코스는 PGA 투어 경기장 만큼전장이 길지 않아 박세리도 거리면에서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미국 골프장들과는 달리 이곳은 페어웨이와 이를 벗어난 코스의 잔디 길이가 거의 비슷해 러프 부담 없이 마음놓고 드라이브샷을 휘두를 수 있다. 실제로 박세리는 지난 19일 연습라운드에서도 편안한 스윙으로 260∼280야드의드라이브샷을 날렸고 페어웨이를 벗어날 경우에도 샷에 문제가 거의 없었다. 또 티샷의 거리 부담이 줄면 아이언 선택에도 여유가 생겼다. 남자 대회 코스에서 여성 골퍼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이언 선택이지만박세리는 이날 대부분 홀에서 짧은 아이언과 웨지로 정교하게 그린을 공략했다. 그린과 그 주변에서의 쇼트게임이 관건이지만 현재 그린 상태가 아주 좋아 그동안 한국의 느린 그린에서 고전했던 박세리도 이번만은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엄청난 관심이 집중된데다 남자들과의 첫 정식 대결이라는 중압감을 극복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오는 22일 서울, 경기 지역에 비가 내린 뒤 기온이 떨어진다는 예보가 나와있는데다 바람까지 불 경우 더운 날씨에 익숙한 박세리가 고전할 수도 있다. ◆ 국내 상금왕 윤곽 드러날 듯 박세리의 성대결로 관심권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올 시즌 치열한 상금왕 각축을 벌여온 국내 프로들의 막판 레이스도 가을 그린을 뜨겁게 달군다. 특히 올시즌 총 12개 대회 가운데 11번째인 이번 대회는 상금랭킹 1위 신용진(39.LG패션)과 2위 정준(32.캘러웨이)에게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일전. 올 시즌 단 1승도 없지만 항상 우승권에 머물다 한국오픈에서 4위에 오르며 선두로 나선 신용진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무관의 한'을 푸는 동시에 상금왕타이틀도 확정할 수 있다. 또 한국오픈에서 컷오프되면서 선두를 내주고 선두에 2천640만원 뒤져 있는 정준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마지막 대회를 맞는다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쳤다. 선두에 6천만원 가량 뒤진 상금랭킹 3위 박노석(36.P&Tel)과 지난주 KTRD오픈에서 5년만에 우승하며 6위로 뛰어 오른 장익제(30.팀 애시워스)도 막판 대역전을 위해 이번 대회 우승은 필수. 그러나 올시즌 2승을 거둔 `돌아온 골프신동' 오태근(27.팀 애시워스), 김대섭(22.성균관대), 양용은(31.카스코) 등 상금랭킹 톱10 가운데 6명은 불참한다. 한편 최강전을 주최하는 SBS는 오는 23일(오후 1시-4시) 대회 1라운드를 시작으로 24일(낮 12시25분-4시), 25일(오후 1시50분-3시50분), 26일(오후 1시50분-3시50분) 등 나흘간 전라운드를 생중계한다. 특히 SBS는 현장 프로덕션 센터를 운영하고 국내 최초로 열기구를 이용한 항공촬영도 시도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