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가 관록의 피칭을 뽐내며 위기에 빠진 현대를 구해냈다. 200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의 주역 정민태는 1승2패로 뒤져 벼랑 끝에 몰리며 맞은 21일 SK와의 4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해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현대의 9-3 승리를 이끌어내며 `가을 사나이'의 명성을 지켰다. 1차전에서 6⅓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승리를 따내 에이스 역할을해냈던 정민태는 이날 4차전에서는 쌀쌀한 날씨 때문에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듯불안하게 출발했다. 직구의 최고 구속은 145㎞를 밑돌았고 6이닝을 던지는 동안 모두 9개의 안타를얻어 맞았다. 정민태는 1회말 1사후 이진영, 김기태에게 연속 안타를 비롯해 모두 4개의 안타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3실점해 상승세의 SK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듯 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민태의 위기 관리 능력은 빛을 발했다. 정민태는 2회 2사 후에도 이진영에게 2루타, 김기태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2,3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4번타자 이호준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고 3회 1사 1루에서 채종범과 안재만을 연속 삼진으로 잡는 힘을 발휘했다. 4회 1사 2,3루에서 후속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긴 정민태는 5회와 6회에도 SK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고 이 사이 현대의 타선은 오랜만에 불을뿜으며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정민태는 "바깥쪽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 주지 않았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빨리 파악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이후 포크볼과 몸쪽공으로 승부를 건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구경백 i-TV 해설위원은 "정민태의 구위가 예전만 못하지만 일본프로야구에서체인지업과 위기 관리 능력을 확실히 배워왔다"며 정민태의 공헌도를 높이 평가했다. (인천=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