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도 이제 파워시대.' 미국-독일, 스웨덴-캐나다의 4강 대결로 압축된 2003 미국여자월드컵축구대회를지켜본 전문가들은 그동안 여자축구를 지배해온 `세기의 시대'가 가고 `파워의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피파월드컵닷컴(www.fifaworldcup.com)은 이런 추세를 입증하는 단적인 예로 기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평가돼온 중국의 몰락을 꼽았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자 세계랭킹 4위 중국은 쑨웬, 바이지에 등 베테랑들의 기교축구를 바탕으로 `철의 장미'라는 명성을 쌓아왔으나 이번 대회 8강전에서 파워와롱패스를 앞세운 캐나다의 한방에 어이없이 나가떨어졌다. 중국 감독을 지낸 밥 휴튼은 "98년 프랑스월드컵 통계를 보면 전체 득점의 60%가 3차례 이하의 패스만을 거쳐 연결됐다. 여자축구에서는 몇해 전만 해도 이런 통계를 상상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거의 비슷한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결국 잘게 끊어 나가는 아기자기한 전술보다는 스피드와 체력을 바탕으로 한번에 길게 찔러주는 공격이 여자축구에서도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바 전통을 이어받은 브라질 여자축구와 물 흐르는 듯한 패스워크를 바탕으로한 북한 여자축구의 좌절도 `힘'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피파월드컵닷컴은 `매끄러운 기술(silky skill)만으로는 더 이상 그라운드를 지배할 수 없다'는 말로 이번 대회의 특징을 요약했다. 파워축구의 도래는 여자축구에 요구되는 스트라이커의 전형도 바꿔놓았다. 10년 넘게 여자축구를 호령해온 쑨웬(중국)과 미아 햄(미국)은 163㎝의 단신으로 파워보다는 기교에 의존해왔다. 반면 이번 대회 3골로 혜성처럼 등장한 미국의 신예 포워드 애비 웜바크와 6골로 득점왕 타이틀을 예약한 독일의 비르기트 프린츠는 각각 180, 179㎝의 장신에 체중도 70㎏이 넘게 나가는 거구. 당당한 체격에서 나오는 엄청난 파워로 상대 수비진을 밀어젖히고 고공 폭격을가하거나 미사일슛을 날리는 대형 스트라이커가 단연 득세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