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홈런의 특징은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공과 초구 공략이 많았다는 점이다. 좌타자인 이승엽이 올 시즌 오른쪽 펜스를 넘긴 홈런수는 29개다. 54개를 때려냈던 지난 99년에 모두 16개의 홈런을 우측 스탠드 쪽으로 걷어올린 것과 비교한다면 그 비율이 엄청나게 늘어난 셈. 초구에 방망이가 나가 그대로 펜스를 넘긴 홈런은 올해 모두 16개로 초구에 대한 선호도는 99년(초구 홈런 9개)보다 훨씬 높아졌다. 또 정규리그 절반의 경기를 갖는 홈인 대구구장에서 가장 많은 35개의 홈런을 때렸고 원정경기에서는 문학구장에서 가장 많은 6개의 홈런을 쳐냈다.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와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요건인 만 9년을 꽉 채워 국내는 물론 해외로도 아무 제약 없이 옮길 수 있다. 미국의 스포츠매니지먼트사 SFX사의 에이전트인 존 킴은 지난달 29일 잠실구장에서 이승엽의 경기를 본 후 "이승엽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10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야구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적응기만 잘 넘기면 타율 0.280에 2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타율 0.334에 50홈런을 쳤던 마쓰이 히데키도 메이저리그 첫 해 타율 0.287,16홈런의 성적을 냈다. ○…이날 누구보다 더 가슴을 태운 사람들은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씨(22)와 아버지 이춘광씨(61)였다. 이승엽이 홈런을 추가하지 못해 힘들어하자 "이번에는 밀어쳐요"라며 조언해 55홈런을 낳게 했던 이송정씨는 정작 이날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을 나서는 남편에게 홈런을 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내 이씨는 "어제 승엽씨가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며 "너무 안돼 보여 오늘 홈런치지 말고 편하게 경기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며칠전 호랑이가 내 품안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며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