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기증하겠다." 야구장 안팎에서 '이승엽신드롬'을 만들어낸 이승엽(27.삼성)의 한시즌 56호 홈런볼을 줍는 행운을 잡은 이벤트업체 직원 2명이 홈런볼 기증 의사를 밝혀 더욱 화제를 뿌리고 있다. 잠자리채와 뜰채 등 대구구장 외야를 수놓은 수많은 홈런 채집도구들을 외면하고 커다란 행운을 잡은 이들은 아시아 홈런신기록을 축하하기 위한 대형 현수막 설치를 준비하던 여현택(34) 팀장와 장성일(28)씨. 지난 95년부터 삼성 구단의 이벤트 대행업체 `놀레벤트'의 직원인 이들은 대기록이 작성되는 순간 외야 펜스 바로 너머에서 '아시아홈런신기록 삼성라이온스 이승엽'이라고 씌인 대형 현수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2회말 그라운드와 맞닿은 바깥쪽 펜스와 관중석이 시작되는 안쪽 펜스 사이의 공간에서 작업하던 둘 사이로 떨어진 56호 홈런볼을 장씨가 먼저 주웠고 마무리 작업을 위해 여씨에게 공을 넘기면서 순식간에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보름 넘게 이승엽의 홈런신기록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던 끝에 찾아온 예기치 못한 행운이었던 셈. 하지만 여씨는 "역사적인 공을 잡아 무척 기분이 좋지만 홈런볼을 주으러 관객이 뛰어드는 바람에 공들여 준비해왔던 설치물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전 "이승엽은 원래 마지막에 강하니까 오늘 2개를 칠 거다"고 농담삼아 말했던 이들은 이승엽과 삼성의 오랜 팬이었기에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도 별다른 욕심을 보이지 않았다. 여씨는 "장씨와 얘기를 해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무조건 기증할 생각"이라며 "20억원이 나간다는 말도 있지만 공 자체에 의미가 있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는 없다.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게 낫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홈런팬'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그 사람들도 돈을 노렸다기보다는 즐기러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엄청난 금전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홈런볼 가격 논란은 여씨의 기증의사로 소용없는 일이 됐지만 대신 순수한 야구팬들로부터 오래도록 커다란 감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구=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