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한방'이었다. 이승엽의 56호 홈런 볼이 삼성의 시즌 최종전인 2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터졌다. 이날 4번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2회 말에 첫 타석을 맞았다. 롯데의 선발은 프로 2년차인 이정민. 첫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나는 1백40km짜리 직구. 이어 이정민은 1백38km짜리 직구를 바깥쪽에 꽂아 볼카운트 1-1을 만들었다. 세 번째 공인 1백37km짜리 직구는 스트라이크 존의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 낮은 곳으로 날아들어 왔고 이승엽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은 홈런을 의미하는 포물선이라기보다 좌중간을 뚫을 듯한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였다. 하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희망이 담긴 공은 힘차게 날아가 펜스 왼쪽을 넘어갔다. 지난달 25일 광주 기아전에서 아시아 타이기록(55개)을 세운 뒤 5게임 동안 홈런을 치지 못한 이승엽은 마지막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고 '해피엔딩'을 이끌어냈다. 이승엽은 "며칠간 팬들의 성원이 워낙 크다보니 다소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상대 투수의 직구가 다소 가운데로 쏠려 그대로 받아쳤으며 정면 승부를 해준 이정민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야구장에 나오기 전 식사할 때 아내가 '오늘 홈런 못 쳐도 좋다'고 말했었다"며 "엊저녁 늦게 도착해 힘들었지만 오늘은 꼭 홈런을 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지난 6월22일 SK전에서는 세계 최연소 3백홈런(26세10개월4일)의 대기록을 작성한 데 이어 지난 25일 기아전에서 시즌 55호 아치를 그려 아시아 최다 홈런기록 보유자 오 사다하루,터피 로즈,알렉스 카브레라 등 3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외에도 연타석홈런(19차례)과 월간 최다홈런(15개·99년,올해 5월),최연소·최소경기 50홈런 등 홈런과 관련해 많은 국내 최고 기록를 갖고 있다. 시즌 최다득점(99년·1백28득점),최연소·최소경기 통산 9백타점,7년 연속(96∼지난해) 30개 이상 2루타 등 공격 전 부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95년 데뷔 후 9년 동안 다섯 번의 홈런왕에 등극했고 네 차례 정규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국보급 투수' 선동열의 3회 수상을 넘어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