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을 고를 때마다 날아드는 물병, 팀을 2위로 끌어올리는 팀배팅을 해야한다는 중심타자의 임무...' 아시아 홈런 신기록(56호)을 1개 남겨 놓은 이승엽(삼성)의 속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 25일 기아와의 광주경기에서 55호를 기록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승엽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도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했지만 홈런은 없었다. 이날 역시 상대투수들은 이승엽에게 쉬운 공을 주지 않았다. 이승엽은 김광수, 경헌호를 상대로 모두 23개의 공과 대결했지만 안타없이 볼넷 3개만을 골랐다. 이승엽이 걸어나갈 때마다 외야를 가득 메운 관중석에서는 LG 투수를 비난하는 욕설과 물병이 날아들었지만 이승엽에게는 홈런을 치라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승엽은 30일 LG(잠실), 10월 1일 기아(광주), 2일 롯데(대구)와의 경기만을 남겨 놓았다. 이 가운데 LG와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승리에 대한 집착이 덜하지만 홈런 맞는 것을 좋아하는 투수는 없다. LG의 양상문 코치는 "정면 승부가 무조건 맞아주라는 뜻이 아니다. 평소에 하던대로 승부하는 것"이라며 "또한 투수가 큰 경기에서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으면 상처도 크지 않겠느냐"며 투수들을 옹호했다. 또 1일 광주에서 맞붙는 기아는 삼성과 2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펼치고 있어 이승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3위와 플레이오프만을 치르는 2위는 하늘과 땅 차이인만큼 당연히 이승엽에게 집중견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LG전에서 처럼 연장 11회 1사 1루 상황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선다면 삼성으로서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화려한 홈런보다는 안타 하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팀이냐 기록이냐'의 기로에서 당연히 팀을 앞세우는 이승엽에게 앞으로 남은 3경기는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