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프로축구팀의 유일한 한국인 감독 김판곤이 `홍콩축구의 대부'로 떠오르고 있다. 김 감독이 이끄는 `불러 레인저스(Buller Rangers)' 소속 선수 10명이 한국과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르는 홍콩올림픽 대표에 포함되는 등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홍콩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쳉시오위를 포함해 무려 5명이 선발로 한국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김 감독이 홍콩 축구계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탄탄하다. 그동안 블러 레인저스는 하위권을 맴도는 보잘것 없는 팀에 불과했지만 김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이 팀의 지휘봉을 잡아 프로 1부리그 3위에다 FA컵 결승에까지 끌어올리며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의 이같은 지도력은 선수시절 울산 현대에서 뛰면서 익힌 한국축구를 홍콩 선수들에게 전수하는데 전력을 쏟은 데다 3년간 홍콩에서 머물며 현지에 적응하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했기에 가능했다. 김 감독은 한국팀의 첫날 훈련이 실시된 29일 오후 홍콩스타디움을 찾아와 김호곤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 코칭스태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한국선수들을 격려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00년 코칭스쿨에서 만난 홍콩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인 콕카밍씨의 초청으로 홍콩 축구와 인연을 맺게됐으며 프로축구팀 인스탄틱의 플레잉코치로 활약하며 홍콩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홍콩인들의 가슴 속에 차츰 자리를 잡았고 결국 지난 시즌부터 불러 레인저스의 사령탑에 올라 홍콩축구의 미래를 이끌 올림픽대표 주전들을 키워냈다. 김 감독은 "당초 영어를 배우기위해 홍콩에 왔다가 축구에 몸담게 됐다"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홍콩 축구를 접고 한국으로 다시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함께 찾은 콕카밍씨는 "김 감독은 홍콩축구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면서 "앞으로도 더욱 지도력을 발휘해 홍콩 축구발전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홍콩=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