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를 포함한 미국PGA투어 13승,한때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세계 남자골프랭킹 1위.' 그랬던 데이비드 듀발(32·미국)이 최근 2년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골프계에서는 그의 이 같은 장기간의 부진을 '프로골프사상 가장 불가사의한 슬럼프'로 평가한다. 1998년.듀발은 투어에서 최다승인 4승을 올리며 상금·평균스코어 부문에서 1위를 휩쓴다. 99년 봅호프클래식에선 '한 라운드 최소타' 타이인 59타를 기록했다. 듀발은 그 덕분에 그해 8월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두번째로 세계랭킹 1위가 됐다. 그 2년 후 2001년 7월에는 메이저대회(브리티시오픈) 우승마저 따내며 세계 정상급 골퍼로 위치를 굳힌다. 그러나 그 후 듀발은 '믿을수 없을만큼'의 침체를 보이며 급전직하했다. 지난해엔 1승도 못한채 상금랭킹 80위로 추락했고,올들어서는 더 심한 하락세를 걷고 있다. 현재 랭킹(세계랭킹 1백60위,상금랭킹 2백2위)에서 볼수 있듯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깊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올들어 치른 44라운드 중 34라운드가 오버파였고 최근 12라운드에서는 단 한번도 언더파를 치지 못했다. 지난달 USPGA챔피언십에서는 첫날 80타를 친 뒤 대회를 포기했고,그 이후 대회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듀발의 슬럼프 원인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그의 스윙은 좀 독특한 데가 있다. 지나친 스트롱그립에 클럽페이스는 닫혀 있고,임팩트 순간 고개를 쳐든다. 그럼에도 템포는 좋아 한때 우즈나 존 데일리 못지 않은 장타를 날렸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잦은 부상(목 허리 손목등)을 원인으로 든다. 그러나 투어프로치고 부상에 시달려보지 않은 선수는 없기 때문에 이 역시 설득력있는 진단은 아니다. 베이커 핀치는 '자신감 상실'을 지적하지만 프로골퍼인 듀발의 아버지 봅은 "데이비드가 최저점을 지나 정상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아들을 옹호한다. 듀발과 그의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슬럼프의 정확한 원인을 꼭 집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골프가 그런 것'이라고 하면,할 말은 없지만 듀발은 현재 '가혹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