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묘소에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소망을 이뤄 너무 기쁩니다." 2003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90㎏급에서 우승,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황희태(25.마사회)는 영광의 자리에 올랐지만 늠름한 모습을 부모님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아쉬워했다. 목포가 고향으로 1남5녀의 막내인 황희태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나 누나들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고 삼학초등학교 4학년 때 살을 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 도복을 입었다. 97년 목포고 졸업 후 경희대에 입학했던 황희태는 대학 2학년때 유도부 해체로유도명문 용인대에 편입학한 것이 유도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안병근(84년 LA올림픽 금메달) 교수와 조용철(85세계선수권 금메달) 교수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었던 것. 특히 황희태는 근력 강화를 위해 무릎과 바벨을 무릎까지 들어올리는 데드리프트(dead lift)에서 역도 선수도 혀를 내둘 정도의 250㎏을 들어 올린 천부적인 힘에 정교한 기술까지 보태져 이후 전력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던 체급 최강자 윤동식(마사회 플레잉 코치)의 그늘에 가려 한 동안 기를 펴지 못했다. 윤동식이 2001년 독일 뮌헨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은퇴한 뒤 국제대회 데뷔 무대였던 2001년 베이징유니버시아드 3위에 올랐고 A급 국제대회인 올해 독일오픈에서는 1회전부터 결승까지 전 경기를 한판승으로 장식하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1회전에서 2001세계선수권 챔피언 프레드릭 드몽포콩(프랑스)을 업어치기 절반으로 눕혀 우승을 예고했고 8강에서 2000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카를로스 호노라토(브라질) 역시 한판으로 제압했다. 황희태는 여세를 몰아 결승에서도 2001세계선수권 2위 즈라브 즈비아다우리(그루지아)에 절반을 먼저 내주고도 곁누르기 한판으로 꺾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황희태는 "힘 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다. 발 기술을 보완해 내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며 올림픽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오사카=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