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전이경 선수(27)가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 준회원(세미프로)이 됐다. 지난 99년 늦가을 골프에 입문했으니까 채 4년이 되지 않은 짧은 세월에 프로가 된 셈이다. 박세리가 미국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호기심에서 골프를 시작한 게 입문동기다. "골프를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더라고요.하루에 볼 1천개씩을 쳤어요.손을 못 필 정도였지요.호주에서 한달간 전지훈련을 포함해 석달 만에 '싱글'이 돼 신동났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그런데 2년이 지나도록 그 스코어에서 더이상 줄지 않더군요." 2001년 5월 프로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임진한 골프아카데미'에 들어갔다. 1년 넘게 그곳에서 노력했지만 스코어는 제자리였다. 코치나 동료들이 "때가 되면 스코어가 확 떨어질 것"이라고 격려했지만 흥미를 잃게 됐다. 이후 연세대 대학원 논문심사 등의 이유로 아카데미를 나와 혼자 연습을 했는데 그해 두차례 도전한 '준회원 선발전'에서 모두 떨어졌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올 5월 다시 클럽을 잡았다. 그러나 며칠도 안돼 누군가 클럽을 통째로 훔쳐가버렸다. 그런데 이게 전화위복이 됐다. 새로 장만한 '로열 컬렉션' 드라이버와 9번우드가 너무 잘 맞았던 것. 전 프로는 드라이버샷 거리가 2백야드 정도로 짧은 편이다. 그래서 우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테스트때 9번우드가 큰 도움을 줬다. "코치(민해식 프로)가 연습이 부족하니 이번에 나가지 말라고 권했는데 저는 나가고 싶었어요.테스트 장소도 제가 싫어하는 썬힐GC가 아니라 그랜드CC로 바뀌었거든요.마음을 비우고 쳤더니 잘 되더라고요." 그녀는 "테스트에 합격해 자신감이 많이 붙었어요.골프실력도 더 좋아졌고요.2부투어(드림투어)에 나가면서 정회원에 도전할 생각이에요.기회가 된다면 정규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요"라고 꿈을 밝혔다. 유명인이다 보니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고 하자 "제가 잘 하면 홍보도 잘 되고 하니까 좋은 성적을 내주기 기대하시더라고요"라고 답했다. 쇼트트랙과 골프의 차이가 뭐냐는 물음에 "쇼트트랙은 힘든 운동이지만 골프는 어려운 운동"이라며 "쇼트트랙은 한번 실수하면 만회할 수 없지만 골프는 만회할 기회가 많은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환희'라는 샤브샤브집을 운영하고 있는 전 프로는 "골프를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딸을 낳으면 반드시 골프를 시킬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글=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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