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아' 필 미켈슨(미국)과 `엘니뇨' 세르히로가르시아(스페인)가 야음을 틈타 `황가(皇家)'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가르시아-미켈슨 조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산타페의 브리지골프장(파72)에서 열린 이벤트대회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 조에 1홀 남기고 2홀 차로 앞서 이겼다. 메이저대회가 아니면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톱스타들의 대결에서 별명처럼 화끈하고 대담한 플레이를 펼친 미켈슨-가르시아조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택한`황제-황태자'조를 시종 압도했다. 특히 `소년'에서 어느덧 `청년'으로 성장한 가르시아의 깃대를 직접 공략하는과감한 아이언샷과 퍼트는 이날 빅이벤트의 승부를 가른 열쇠였다. 환하게 불을 밝힌 그린을 빼고는 코스 전체가 짙은 어둠에 잠긴 16번홀(파5). 가르시아는 미켈슨과 나란히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려 이글 기회를 만들었지만 미켈슨의 이글 퍼트는 빗나갔고 자신에게 남은 거리도 7m가 넘어 만만치 않은 상황. 그러나 양발과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시선으로 홀과 볼 사이를 왕복하던 가르시아는 과감하게 볼을 굴려 컵에 떨군 뒤 미켈슨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아우' 가르시아의 이글로 2홀을 남기고 2홀 차로 앞서 승기를 잡자 17번홀(파4)에서는 `형' 미켈슨이 두번째샷을 핀 2m 옆에 붙인 뒤 버디를 낚아 승부를 갈랐다. `도전자' 미켈슨-가르시아의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날 경기는 밀고 밀리는팽팽한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매홀 동반자의 플레이중 나은 선수의 점수를 계산하는 베스트볼 방식으로 치러진 이날 경기 초반에는 우승자조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1번홀(파4)에서 미켈슨이 5m짜리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기선을 잡자 가르시아가정교한 퍼트로 3번홀과 6번홀(이상 파4)에서 잇따라 버디를 추가, 연속해 파세이브에 그친 우즈-엘스조를 3홀 차로 앞서나갔던 것. 그러나 `황가'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우즈의 반격도 거셌다. 7번홀(파5)에서 2번째샷을 깃대 오른쪽 프린지에 떨군 우즈는 비록 이글 시도가빗나갔지만 2퍼트로 마무리, 버디를 잡아내 2홀 차로 간격을 좁혔다. 또 우즈는 8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컵 바로 옆에 떨궈 버디 컨시드를 받으면서다시 1홀 차로 따라붙었다. 한층 여유가 생긴 우즈와 엘스는 이후 번갈아가며 올스퀘어(동점)를 만들 기회를 잡았지만 쫓기는 입장이 된 가르시아와 미켈슨도 만만치 않게 응수, 7개홀 동안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결국 13-15번홀에서 3홀 연속 버디 기회를 놓쳤던 `황가' 조는 어둠이 짙게 깔린 코스에서 두번째샷을 해저드와 벙커로 보내며 자멸하고 말았다. 한편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지만 이날 출전한 선수들은 최고의 스타답게 아마추어 골퍼들처럼 그린 위에서 실패한 퍼트를 다시 넣어보고 농담도 주고 받으며 여유있게 경기를 즐겼다. 또 경기를 중계한 ABC방송도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이색 영상물로 `빅이벤트'를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