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해결사로 나선 조재진(광주)은 후반 32분 일본 골문 앞에서 비에 젖은 땅을 쳤다. 수비수를 등지고 서있다 왼쪽으로 돌아 날린 터닝슛이 아쉽게도 골문을 외면한 것.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이 4년 간 별러 온 복수혈전을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기약했다. 빗줄기를 뚫고 뛴 태극전사 아우들의 투혼은 빛났지만 형님 대표팀의 도쿄정벌을 완성하지도 못했고 전날 센다이에서 여자대표팀의 누이들이 당한 대패의 수모를 속시원히 갚아주는데도 실패했다. 한국은 역대 올림픽대표팀 대결에서는 3승1무2패로 우위를 유지했지만 지난 99년 도쿄에서도 1-4로 완패했던 아픈 기억은 아물지 않고 남았다. 김호곤호는 목표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기대와 가능성, 과제를 동시에 확인했다. 원톱으로 출격한 조재진은 올초 한때 슬럼프를 겪게 했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상대 문전을 위협했다. 조재진은 전반 17분 최태욱의 패스를 받아 일본의 오른쪽 옆 골망을 흔드는 슛으로 울트라닛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조재진은 비록 골을 뿜어내지는 못했지만 미드필더진에서 올라오는 패스를 수비수를 등지고 잡아 2선의 공격수들에게 슛찬스를 내주는 `멀티형 스트라이커'로서의 역할도 비교적 훌륭히 수행했다. 마치 농구에서 센터가 중거리 슈터들에게 볼을 배급해주듯 감각적인 피드백 패스로 김정우, 전재운(이상 울산) 등 발목 힘이 강한 동료들에게 여러차례 좋은 찬스를 만들어줬다. 지난 2월 올림픽대표팀의 남아공 4개국 축구대회에서 골맛을 본 뒤 아직 대표팀에서 추가골을 뽑지 못하고 있는 조재진은 이날 몸놀림으로 향후 코엘류호 신병기로서의 활약도 예고했다. 그러나 몸싸움에서 번번이 일본 수비진에 밀리는 모습으로 체력과 근성 보완이 시급해 보였다. 김호곤호는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으나 조병국(수원)이 이끄는 수비진의 스리백 라인은 전반 아쉬운 자책골을 내주는 등 일본의 빠른 공격에 자주 허점을 노출해 보완이 시급하다는 느낌을 줬다. (도쿄=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