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 김도훈(33)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한국프로축구 간판 골잡이로서 자존심을 세웠다. 17일 오후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03피스컵코리아 축구대회 카이저 치프스(남아공)와의 A조 2차전에서 김도훈은 전반 17분 선제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이끌며 팀에 조별리그 2승을 선사했다. 김도훈은 지난 2000시즌 정규리그에서 득점왕(15골)을 차지하고 2001년에는 아디다스컵에서 득점순위 1위(7골)에 오르는 등 명실상부한 '토종킬러'. 올시즌에도 김도훈은 K리그 20경기에서 10골을 터뜨려 득점 랭킹 4위를 달리고있다. 20경기 7도움으로 올시즌 도움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도훈이 골욕심을 더냈다면 더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성남은 카이저 치프스를 매섭게 몰아쳤으나 가장 위협적인 공격은 김도훈의 발끝에서 나왔다.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성남이 좀처럼 카이저 치프스의 골문을 열지 못하던 전반17분, 김도훈은 데니스가 페널티 박스 바깥 왼쪽에서 밀어준 볼을 득달같이 돌아서며 왼발로 강슛, 카리저 치프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득점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않은 김도훈은 후반에 다시 매서운 킬러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도훈은 후반 16분 페널티 마크 부근에서 왼쪽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나는 오른발 강슛을 날려 카이저 치프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후반 27분 김도훈은 이리네가 올려준 볼을 온 몸의 힘을 실어 다이빙하듯 머리로 받았으나 운이 없게도 볼은 깜짝 놀란 골키퍼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조 1위 겸 결승행 티켓을 둘러싸고 올림피크 리옹과 경쟁하는 성남이 많은 득점이 필수인 상황에서 차경복 감독은 김도훈의 불발 슛이 내심 아쉬운 표정. 차 감독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김도훈이 앞으로 더 나은 골게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훈은 "경기 내내 체력적인 부담은 전혀 없었다"며 "자신감을 너무 많이 가져 공을 끝까지 보지 못한 채 발에 힘이 들어가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김도훈은 득점왕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 "득점왕을 차지하면 좋겠지만 일단 팀의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백전노장으로서 난숙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도훈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한 코엘류 감독의 눈도장까지 받아 좌절로 점철됐던 태극 마크에 대한 기대도 다시 한번 부풀렸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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