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자신과의 싸움' 제132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600만달러)가 17일(한국시간) 오후 잉글랜드 동남부 해안가 샌드위치의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링크스(파71.7천106야드)에서 막을 올렸다. 세계 22개국에서 온 156명의 선수들은 이날부터 4일간 거친 바닷바람, 딱딱하고울퉁불퉁한 코스, 그리고 수시로 변하는 날씨와의 싸움에 들어갔다. 어니 엘스(남아공)의 대회 2연패 야망과 타이거 우즈(미국)의 3년만의 패권 탈환 의지가 맞붙어 불꽃 튀는 열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대회는 행운과 인내심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선수들은 첫날부터 페어웨이에서 럭비공 튀듯 종잡을 수 없는 볼의 방향 때문에애를 먹었다. 연습 라운드에서 로버트 앨런비(호주)는 17번홀에서 두차례 티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잘 때려 냈다. 두차례 티샷은 모두 거의 비슷한 지점에 떨어졌지만 결과는극과 극이었다. 하나는 왼쪽 러프로 굴러 들어갔고 또 하나는 오른쪽 러프에 빠져 버린 것. 페어웨이가 울퉁불퉁한데다 단단해 볼이 떨어진 뒤 어디로 튀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판이다. 케니 페리(미국)는 12번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볼을 그린 중앙에 떨궜으나 볼은마치 콘크리트 바닥에 맞은 것 처럼 크게 튀더니 항아리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앨런비는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라도 페어웨이에 볼을 안착시키는 것은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행운이 따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페리는 "젠장,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라며 딱딱한 그린을 원망했다. 링크스코스에서 경기를 치러본 경험이 많은 마크 오메라(미국)는 "아마 브리티시오픈이 열린 골프코스 가운데 가장 가혹한 경기장이 될 것"이라며 "날씨마저 심술을 부린다면 로열세인트조지스는 야수(野獸)로 돌변할 것"이라고 두려움을 숨기지않았다. 선수들은 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장을 '월면(月面)코스'이라고 이름지었다. 딱딱하고 울퉁불퉁한데다 곰보 자국처럼 항아리 벙커가 즐비한 이곳이 마치 달표면과 같다는 뜻이다. 이곳이 처음이라는 페리는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이라며 "달 표면에 착륙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찰스 하웰3세(미국)는 "타이거 우즈와 세차례 연습 라운드를 돌았는데 잘 친 샷이 러프로 빠진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누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때문에 현지 전문가들은 10년전 이곳에서 열렸던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했던선수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엘스의 대회 2연패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까닭도 엘스가 93년 브리티시오픈때 이곳에서 23세의 어린 나이로 나흘 내내 60대타수를 기록하며 공동6위에 올랐던경력이 있기 때문.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등 로열세인트조지스에서 뛰어난 플레이를 펼쳤던 노장들에게 갑자기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편 영국왕립골프협회(R&A) 피터 도슨 사무총장은 "볼은 어디로 튈지 몰라도분명한 사실은 인내심이 강한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