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의 태극전사 박지성이 `월드컵 첫 승의 성지' 부산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짜릿한 동점골을 선사하며 월드컵의 감동을 재현했다. 박지성은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03피스컵코리아축구대회 1860 뮌헨(독일)과의 B조 첫 경기에 자신의 고유 포지션(오른쪽 날개)이 아닌 처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해 골 사냥을 예고했다. `애제자' 박지성을 각별히 아끼는 히딩크 감독이 그라운드를 찾은 3만2천여명의고국 팬들에게 오랜 만에 골을 선물할 기회를 부여한 것. 지난 3월 무릎 수술 이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던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의 배려에 보답하듯 눈부신 활약을 펼쳐 보였다.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자신의 등 번호 21번을 입단 테스트 중인 조원광(안양)에게 넘여주고 7번을 달고 나온 박지성은 엔트리와 다른 백넘버에 이의를 제기한 상대 팀의 항의로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갈아입는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박지성은 에인트호벤에서 처음 선 전방 공격라인이 어색한 듯 경기 초반에는 좀처럼 볼을 터치하지 못했다. 박지성은 전반 28분 태극전사 이영표와 왼쪽 측면에서 콤비를 이뤄 날카로운 측면 돌파를 시도했으나 에인트호벤의 다른 공격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무위로 끝났다. 박지성은 그러나 전반 36분 이영표의 센터링이 수비에 맞고 다시 문전으로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날카로운 헤딩슛을 날려 골감각을 서서히 되찾았다. 전반 초반 1860 뮌헨의 골잡이 마르쿠스 슈로트에게 선제골을 내줘 끌려가던 에인트호벤은 대반격에 나섰으나 쉽사리 골문을 열지 못했다. 박지성의 진가가 살아난 것은 후반 초반. 문전에서 찬스를 엿보던 박지성은 후반 4분 레안드루 드 봄핌의 스루패스가 상대 수비진을 뚫고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흘러오자 감각적인 드리블로 골키퍼까지 제쳐낸 뒤 왼발로 네트를 갈라 히딩크 감독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월드컵 포르투갈전 결승골의 현란한 몸동작을 그대로 재현해낸 셈. 벤치에 앉은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의 활약에 눈짓과 박수로 화답했다. 박지성의 동점골은 에인트호벤의 공격수들을 고무해 골잡이 마테야 케즈만과 안드레 오이에르, 아리엔 로벤이 연속골을 터뜨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는 원동력이됐다. (부산=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