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대회장소로 '링크스 코스'만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황량한 벌판에 자연 환경을 그대로 살려 조성한 코스다. 선수들을 괴롭히는 것은 수시로 방향을 바꿔가며 불어대는 바닷바람과 좀처럼 탈출하기 어려운 항아리형 벙커,그리고 허리까지 올라오는 긴 러프다. 로열세인트조지스GC도 예외는 아니다. 골프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 떨어진 잉글랜드 남부에 위치해 있는데도 지금까지 12차례나 브리티시오픈을 유치한 것만 봐도 이 코스의 '악명'을 짐작할수 있다. 지난 93년이후 10년만에 다시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하게 된 로열세인트조지스GC는 올해 대회를 위해 코스 개조작업을 벌였다. 그 핵심은 난이도를 높이는 것.93년 파 70에 6천8백60야드이던 것이 올해는 파 71에 7천1백6야드로 바뀌었다. 이른바 '수에즈 운하'가 가로지르는 14번홀(파5·5백50야드)은 그린을 43야드나 뒤로 물려 전혀 새로운 홀이 됐다. 장타자를 견제하기 위해 길이를 늘렸을뿐 아니라 벙커 숫자와 깊이,위치 등도 조정했다. 4번홀(파5·4백97야드)은 원래 파4홀이었으나 길이를 29야드 늘려 파5홀로 바꿔놓았다. 페어웨이 오른쪽에 있는 벙커는 이 코스의 '명물'.깊이가 무려 12m인 이 벙커를 넘기려면 드라이버샷을 캐리로 2백50야드이상 날려야 한다. 85년 이곳에서 열린 대회 챔피언인 샌디 라일은 마지막 3개홀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16번홀(1백63야드)은 그린을 4개의 벙커가 에워싸고 있다. 바람도 종잡을수 없어 그 방향에 따라 9번아이언부터 5번아이언까지 선택이 달라진다. 17번홀(4백28야드)은 티샷 낙하지점이 울퉁불퉁하고 그린이 불룩 솟아있어 정확한 세컨드샷이 관건이다. 18번홀(4백60야드)은 그린앞 왼편에 움푹 꺼진 '그래스 벙커'가 자리잡고 있다. 어프로치샷이 이 곳에 들어가면 1∼2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 93년 그레그 노먼이 이곳에서 기록한 13언더파 2백67타는 대회 사상 최소 우승스코어다. 로열세인트조지스GC가 올해 그 '불명예'를 씻을지 여부는 날씨와도 관련이 있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현재 페어웨이와 그린이 단단해질대로 단단해졌다고 한다. 파5홀이 3개밖에 안되는데다 런이 많은 볼은 벙커나 러프로 들어가기 십상이어서 장타자에게 유리하지만도 않다. 한편 SBS 골프채널이 밤 10시30분부터 브리티시오픈 전라운드를 생중계 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