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플레이어를 잡아라."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 사령탑인 거스히딩크 전 감독이 10일 머리를 맞대고 한국축구의 해법을 함께 모색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초청으로 이날 낮 신라호텔 이탈리아식당에서 오찬을 겸해 국내에서의 첫 만남을 가진 두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초반에 겪을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떠올리며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말문을 먼저 연 것은 히딩크 감독이었다. "지난 월드컵 때는 한국에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과 같은 키플레이어 3명이 있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진에서 각각 플레이를 이끌어나갈 핵심선수들을 하루 빨리 키워내는 게 중요하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후 5차례 A매치에서 극심한 골 가뭄과 킬러 부재의 답답증을 겪고 있는 코엘류 감독에게 "절대 조급해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했다. 히딩크 감독은 "단지 스트라이커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흐름을 이어줄 수 있는 미드필더의 능력도 중요하다. 스트라이커 문제는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이 아니라면 어떤 팀이라도 다 갖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걸려야 해결될 수 있고 1-2명은 반드시 나타나게 돼있다"며 여유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주로 얘기를 듣는 편이었던 코엘류 감독은 "내 경우나 히딩크 감독이나 주어진 입장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을 처음 맡았을 때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를 꺼내며 코엘류 감독에게 `생생한 교재'를 전달하기도 했다. 코엘류 감독은 한국축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프로축구 리그가 1, 2부로 나뉘어 탈락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두 감독은 축구협회가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서울 프로팀 창단 움직임에도 잔뜩 힘을 실어줬다. 히딩크 감독은 "밀라노나 런던 같은 도시를 보면 프로팀이 보통 2-3개 팀, 많게는 5개 팀이 같은 경기장을 쓰는 예도 있다. 서울에는 적어도 1팀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코엘류 감독도 전적으로 호응했다. 정몽준 회장은 필요할 경우 이명박 서울시장을 직접 만나 서울 팀 창단의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오찬 모임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코엘류 감독의 부인 로랑스, 히딩크 감독의 여자친구 엘리자베스, 축구협회 조중연 전무, 김진국 기술위원장,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도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