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수비수 중 '내야의 꽃'인 유격수가 빼어난 수비력에다 매서운 공격력까지 갖췄다면 한마디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일텐데이는 한화의 4년차 황우구(27)에게 써도 아깝지 않다. 황우구가 최근 날렵한 발놀림과 매끄러운 미트질, 총알같은 송구에다 화끈한 타격감까지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하대 재학중이던 지난 98년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 수비상을 수상했고 프로 입문 첫해인 99년에는 유격수 최소실책 국내 타이기록(4개.88년롯데 정영기)을 세웠을 정도로 수비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황우구는 99년 시즌 타율이 0.176의 빈타에 시달리는 등 공격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백재호, 허준, 임수민 등과 피말리는 내야수 주전경쟁을 벌이며 번갈아 출장하는 신세였다. 올 해도 시즌 초 영입된 일본프로야구 한신 출신의 재일동포 고지행의 백업요원으로 활약하다 지난 4월24일 고지행이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에야 주전자리를 꿰찰수 있었다. 어렵게 기회를 잡은 황우구는 1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유승안 감독에게 강한 믿음을 심어줬다. 5번 타자를 맡아 1회초 1사 만루에서 상대팀 에이스 이승호를 상대로 3루 파울라인 뒤쪽에 세워진 폴(경계주)을 맞고 그라운드 안쪽으로 떨어지는 그랜드슬램을 날려 기선을 제압했다. 또 SK가 1-4로 추격한 2회에도 1사 2, 3루에서 상대 2루수 글러브를 살짝 비켜가는 행운의 내야안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을 올리는 등 혼자 5타점을 올리는 등 11-3 승리에 기여했다. 황우구는 수비에서도 3회말 무사 1루에서 정경배의 강습타구를 그림같은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뒤 2루로 달리던 1루 주자를 잡아내 후속타자 이진영의 홈런때 내줄뻔 했던 실점을 줄이는 등 안정감있는 수비 솜씨를 뽐냈다. 특히 황우구의 호수비는 상대 유격수 김민재가 6회 1사 1, 2루에서 병살로 처리할 수 있는 쉬운 타구를 다리 사이로 빠뜨리는 어이없는 실책으로 3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과 대비를 이뤄 더욱 빛났다. (인천=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