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이창호9단(28)이 최근 슬럼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패하면 뉴스가 될 정도로 두는 판마다 이겼던 이9단이지만 최근 한달간은 7판을 둬 2번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세계바둑계 "지존"의 성적표라기엔 믿기지 않는 전적이다. 올해초 도요타덴소배(일본 주최)와 춘란배(중국 주최)를 잇달아 제패할 때만 해도 이9단의 슬럼프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이9단의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이세돌7단과 맞붙은 LG배 기왕전 결승전때.박빙의 승부지만 이9단의 우세를 점치는 쪽이 더 많았던 것이 결승전 직전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9단은 그답지 않은 실수를 연발하며 1승3패로 무너졌다. 이때의 충격 때문이었는지 이9단은 4월말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제2기 CSK배 아시아바둑대항전에서도 2연패를 당하며 일본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부진은 국내대회에도 이어졌다. 단체대항전인 KAT시스템배 결승에서 전북팀의 주장으로 나선 이9단은 서울남팀의 주장인 박영훈4단에게 덜미를 잡혔다. 예상치 못한 이9단의 패배로 전북팀은 0-3 완봉패의 수모를 당하며 우승컵을 서울남팀에 내줬다. '일생의 라이벌' 유창혁9단과 맞붙은 패왕전 결승(5번기)에서는 1,2국을 패해 일찌감치 막판에 몰려 있다. 남은 세판을 모두 이기지 않으면 타이틀은 유9단에게 넘어간다. 역시 유9단과 격돌했던 지난 2001년 명인전 결승에서 이9단이 초반 2연패 뒤 3연승으로 타이틀을 방어하기도 했지만 최근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바둑계 인사는 "특유의 평정심만 회복하면 이9단이 다시 좋은 성적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