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골프를 제일 잘치는 여자도 미국 PGA투어에서는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58년만에 PGA투어에 도전한 여자프로골프 1인자 애니카 소렌스탐(33·스웨덴)이 뱅크오브아메리카 콜로니얼(총상금 5백만달러)에서 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소렌스탐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4오버파 74타를 쳐 합계 5오버파 1백45타로 커트(1오버파)를 미스했다. 순위는 전체 1백11명 가운데 공동 96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왜 떨어졌나='거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2라운드 동안 소렌스탐의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2백68야드로 1백위에 머물렀다.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은 85.7%로 공동 3위였다. 골프에서 거리의 중요함을 입증한 셈이다. 그린적중률도 66.7%로 공동 53위에 올랐지만 단 2개의 버디만 기록하는데 그쳤다. 높은 탄도와 백스핀을 이용,깃대를 직접 공략하는 남자 선수에 비해 그린 중앙을 공략하는 '파세이브 작전' 탓이었다. 퍼트도 형편없었다. 이틀간 64개의 퍼트를 했다. 이는 홀당 2.125개로 출전선수중 맨 꼴찌였다. ◆투어간 현격한 격차 확인=소렌스탐은 지난해 LPGA투어에서 11승을 거두는 괴력을 발휘했다. '출전=우승'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킬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렌스탐은 PGA투어에 가면 '톱30'내에 들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1개 대회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지만 PGA와 LPGA간의 격차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총상금 규모만 따지면 PGA투어는 2억2천만달러가 넘는 데 반해 LPGA투어는 5분의 1 수준인 4천만달러다. 그러나 선수층이나 인기도 등을 따져보면 실제는 10배이상 차이가 난다고 봐야 한다. ◆흥행성공,다음은 누구?=소렌스탐의 PGA투어 출전은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1라운드는 투어사상 최고의 TV시청률을 기록했다. 1백50만명의 시청자가 이 경기를 지켜봤는데 평소의 3배였다. 프로대회의 상업성을 감안할때 '제2의 도전'이 예상된다. 박세리(26·CJ·테일러메이드)도 출전 제의만 오면 언제든지 나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생소한 코스세팅과 더불어 구름관중 속에서 플레이해야 하는 중압감 등으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LPGA 투어프로 수지 웨일리(37)가 오는 7월 열리는 PGA투어 그레이트하트퍼드오픈에 출전하며 미셸 위(14)도 PGA 2부투어에 나갈 예정이다. ◆소렌스탐,어떻게 변할까=소렌스탐은 2라운드 후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며 "코스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내가 너무 긴장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소렌스탐은 "이제 내가 뛰어야 할 무대인 LPGA투어로 복귀하겠다"며 "여기서 익힌 경험을 토대로 우승도 하고 기록도 작성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렌스탐은 비록 커트탈락했지만 수많은 갤러리와 보도진,그리고 일부 남자선수들의 비아냥까지 감내하면서 큰 실수없이 경기를 마무리해 '역시 대단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지옥훈련'까지 마친 소렌스탐은 더욱 대범한 플레이로 LPGA투어를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케니 페리(43·미)는 25일 열린 3라운드에서 보기없이 9개의 버디를 잡아 9언더파 61타를 기록,합계 17언더파 1백93타로 2위 로리 사바티니(27·남아공)에게 8타 앞서며 우승을 예약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