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천수(울산)는 펄펄 날았다. '당돌한 아이' 이천수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한일전에서 제몫을 다하며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국은 이날 전반 경기를 압도하고도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하다 후반 잦은 패스미스에 체력 저하로 공수 조직력이 일거에 무너지면서 종료 직전 뼈아픈 결승골을허용했지만 이천수는 한단계 성숙해진 플레이로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오른쪽 날개공격수로 선발 투입된 이천수는 경기 시작과 함께 총알같은 스피드로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공중볼 경합 등 거친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투지를 보인 데다 오히려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에 제동을 거는 등 고군분투한 것. 특히 대부분의 선수가 패스 미스로 공격의 리듬을 끓고 결정적인 위기도 자초했으나 이천수는 짧은 스루패스와 정확한 센터링을 곳곳에 찔러주는가 하면 어느새 수수비에 깊숙이 가담하는 등 종횡무진했다. 잇단 부상으로 콜롬비아와의 A매치에서 교체되고 코스타리카와의 올림픽축구 평가전에도 벤치를 지켰던 이천수의 진가가 빛난 것은 전반 23분. 아크 부근에서 이동국(광주)의 몸싸움속에 일본의 수비수 2명과 볼을 다투다 재치있는 로빙볼로 상대 수비수의 머리를 넘긴 뒤 발리슛한 게 아깝게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것. 이 플레이는 이후 파상공격 등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까지 한국이 주도권을일방적으로 틀어쥐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반 35분에는 일본의 왼쪽 진영을 파고 들어가다 반대쪽의 최태욱(안양)에 정확한 센터링을 건네 탄성을 자아나게 했다. 경기는 졌지만 이천수는 스피드와 압박을 무기로 월드컵 4강신화를 이뤄낸 한국축구의 힘을 혼자 증명한 셈이다. 네덜란드 무대를 가시권에 둔 이천수가 다가오는 올림픽축구 아시아지역 2차 및최종예선 등에서 '폭주기관차' 한국축구의 쾌속행진을 이끌 것은 자명하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