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와 여우의 싸움.' 16일 밤 서울 상암벌을 붉고 푸른 물결로 뒤덮을 한.일축구 평가전은 유상철(32.울산 현대)과 나카야마 마사시(36.이와타)의 발끝에서 승부가 날 공산이 크다. 유상철이 수비형 미드필더, 나카야마가 스트라이커로 각각 기용이 확정돼 그라운드에서의 격돌이 불가피해진 까닭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스트라이커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수비의 첫 저지선. 유상철이 뚫리면 가뜩이나 차.포가 떼여 불안한 한국의 포백 수비라인은 `한방'을 지닌 나카야마의 사정권에 들게 된다. 미우라 가즈의 뒤를 이어 일본축구의 혼을 대표하는 나카야마가 신명이 나면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는 일본의 파고는 지코 감독의 첫 승 염원까지 안고 더욱높아질 게 불보듯 뻔하다. 유상철이 반드시 막아야하는 나카야마는 이렇듯 팀의 정신적 지주로 군림하고있다. 90년 주빌로 이와타의 전신인 야마하로 입단한 그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팀을옮기지 않는 `의리의 사나이'로 98년 J리그에서 4경기 연속 해트트릭, 일본의 월드컵 본선 첫 골('98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자메이카전) 등 숱한 기록도 갖고 있다. 90년 북한전을 통해 국가대표로 데뷔한 이후 팀내 최다인 A매치 50회 출전에 21골을 넣었고, 지난해 월드컵 때에는 "대표팀에 혼이 필요하다"는 트루시에 감독의결단으로 나카무라 순스케(레지나)를 제치고 2회 연속 본선에 나섰다. 유상철의 경력도 나카야마 못지 않게 화려하다. A매치 104경기(16골) 출장으로 차범근, 최순호, 홍명보, 황선홍에 이어 한국축구 사상 5번째이자 현 대표팀 내에서 유일하게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고참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멀티플레이어'로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자기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는 점에서 나카야마와 닮은 꼴이다. 월드컵 후 주장을 맡아 황선홍과 홍명보의 은퇴 공백을 홀로 메우고 있는 유상철은 특히 이번 한.일전에서는 전반 공.수의 움직임을 조율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경우 전방 공격수로 올려져 `해결사'의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유상철과 나카야마가 승부의 열쇠를 쥔 것은 무엇보다 서로 상대에 강한 `킬러본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난해 울산 현대로 복귀하기까지 유상철은 J-리그에서 3년간 42골(총83경기)을넣고 '94히로시마아시안게임(3-2승)과 97년 5월 도쿄 친선경기(1-1) 등 일본과 맞닥트렸던 고비마다 득점포를 뿜는 등 일본축구에 누구보다 밝다. 나카야마 또한 지난 92년 8월 제2회 다이너스티컵 결승전(한국 PK패) 등을 포함,역대 한국전에서 3골을 넣는 등 또래들과는 달리 한국에 전혀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친다. 농익은 기량에다 예리한 판단력까지 지녀 각각 유비와 여우란 별명을 지닌 유상철과 나카야마의 대결에서 누가 웃고 웃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결전의 날은 밝아오고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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