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대비 특별훈련, '반쪽' 파행
대한축구협회가 16일 한.일전에 대비해 예정에 없던 특별훈련을 실시하자 일부 프로축구팀이 무원칙한 처사라며 선수 차출을 거부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7일 낮 파주 NFC에서 소집된 국가대표팀 훈련에 불참한 선수는 수원 삼성의 이운재 최성용 조병국 김두현, 안양 LG의 최태욱 이상헌 왕정현 김동진 등 전체 소집대상자(24명)의 3분의 1인 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앞서 축구협회는 지난 3일 대표팀 차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해당 구단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 조광래 감독은 7일 "아직 공문조차 받아보지 못했다"면서 "이번 차출은 구단과의 사전 논의 없이 진행돼 규정에 맞지 않고, 훈련 자체가 한.일전에 나올 선수면면이 뻔한 상태에 이뤄져 실효성이 없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조광래 감독은 국내리그 보호를 위해 A매치 사흘 전에야 대표팀을 소집하는 일본을 예로 들면서 축구협회에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조 감독은 "일본은 원정경기인 데도 이틀전 입국해 손발을 맞춘다"며 "한국은 홈경기인데도 법석을 떨고 있다. 대표팀을 위해 프로축구는 죽어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수원 김호 감독은 차출 거부의 이유로 ▲부상 위험에서의 선수 보호 ▲승리수당증가에 따른 선수의 생존권 문제 ▲프로축구 인기 등 3가지를 들었다.
김 감독은 "단순 논리로 보낸다, 안 보낸다 차원이 아니다"면서 "협회가 프로축구를 제치고 주말 A매치를 가짐으로써 이익을 챙기고 프로를 황폐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두 감독과 달리 전남 이회택 감독은 비록 차출에는 응했지만 "이번이 처음이라서 넘어가지만 앞으로는 곤란하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프로의 반발을 산 이번 훈련은 국내 선수들이 한.일전을 앞두고 제대로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하고 특히 장차 중용할 신진의 경우 기량 테스트를 통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는 코치진 판단에 따라 이뤄졌으나 사전 요청 등 정식 절차를밟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프로축구연맹이 지난달 29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다음날인 30일 K리그를 강행해 구단들의 심기를 자극한 것도 문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프로축구 경기가 한.일전(수요일) 바로 전 주말에 있고 마침 9일 수요일에는 없어 소집 날짜를 7일로 잡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안양과 수원 선수가 없더라도 훈련을 강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축구인들 대부분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협회와 연맹, 구단들이 월드컵 4강에 걸맞게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국가대표팀 업무 등을 처리하는 성숙된 모습으로 거듭나야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