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웨이핑 제패로 시즌 첫 우승을 따내며 '골프 여제' 등극을 향해 힘차게 출발한 박세리(26.CJ)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최연소 그랜드슬램 달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 다이나쇼어코스(파72. 6천520야드)에서 열리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총상금 160만달러)에 출전하는 박세리의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다. 이미 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차례로 석권한 박세리는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면 만26세5개월째 그랜드슬램을 달성, 지난 2001년 6월 웹이 26세 7개월 때 LPGA챔피언십을 우승하면서 세운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98년 신인으로 US여자오픈에서 거뜬히 정상을 정복한데 이어 LPGA챔피언십마저 우승, '코리언 돌풍'의 진원지가 됐던 박세리가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컵마저 거머쥐면 LPGA 투어 역사에 '박세리'라는 이름 석자를 뚜렷하게 남기는 셈이다. 이미 동계훈련 때부터 나비스코챔피언십에 컨디션이 최고조에 이르도록 초점을 맞췄다고 할만큼 이 대회 우승에 강한 집념을 보여온 박세리는 세이프웨이핑에서 '천적'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멋진 역전승까지 거둬 어느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 또 박세리가 최연소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이루면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포인트를 모두 채워 '10년간 LPGA 투어 활동'이라는 조건만 남는다. 박세리의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가 달려 있는 올해 나비스코챔피언십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박세리,나비스코와의 악연 떨쳐내나 LPGA 투어에 뛰어든 이후 6년째를 맞은 박세리는 유독 나비스코챔피언십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 99년 이후 4년 동안 줄곧 출전했지만 '톱10' 입상조차 지난해 공동9위가 유일하다. 첫 출전한 99년 공동13위를 차지했던 박세리는 2000년 공동15위, 그리고 우승의 각오를 다진 2001년에도 공동11위에 머물렀다. 가장 우승권에 근접했던 지난해 박세리는 5번홀(파3)에서 4일간 보기-보기-파-더블보기로 무려 4오버파를 기록, 발목을 잡히는 등 미션힐스골프장을 좀체 공략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부쩍 아이언샷 정확도가 높아진데다 경험이 부쩍 쌓인 박세리는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소렌스탐 시즌 첫 출전한 대회에서 최종일 3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박세리에게 역전패를 당한 소렌스탐은 나비스코챔피언십을 통해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특히 소렌스탐은 이 대회가 메이저대회로 격상된 이후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유일한 선수. 올해 사상 초유의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소렌스탐은 8차례 출전해 우승 2차례를 비롯해 6차례 '톱10'에 입상하는 등 미션힐스골프장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남자대회에 도전하려는 소렌스탐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놓칠 경우 '골프 여제'라는 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돼 더욱 물러설 수 없다. ◆박세리와 소렌스탐 대안으로 떠오른 박지은 박세리와 소렌스탐의 우승 경쟁 구도에 박지은(24.나이키골프)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개막전 4위에 이어 세이프웨이핑에서 소렌스탐을 제치고 박세리를 끝까지 물고늘어졌던 박지은은 이제 더이상 '버디 겸 보기 여왕'이 아니다. 세이프웨이핑 최종일 보기없이 7개의 버디를 수확한 안정된 기량으로 첫 메이저왕관에 도전한다. ◆메이저 여왕 웹, 그리고 그랜드슬래머 도전자들 LPGA 투어에서 유일한 슈퍼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메이저 사냥꾼' 웹도 무시할 수 없는 우승 후보. 박세리, 소렌스탐과 '빅3'를 형성하고 있는 웹은 최근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나비스코챔피언십 7회 출전 가운데 단 한차례만 빼고 모두 10위 이내에 들었다. 이밖에 멕 말론(미국), 로라 데이비스(영국)도 그랜드슬램 달성에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만 남기고 있어 필사의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계 아마추어 돌풍 다시 부나 지난 2000년 15세의 나이로 이 대회에 출전해 10위를 차지하며 세계 골프팬을 깜짝 놀라게 했던 송아리와 나리(16) 쌍둥이 자매가 올해도 어김없이 미션힐스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로 4년 연속 이 대회에 초청을 받은 송아리, 나리 자매는 한국계 아마추어 돌풍의 효시다. 올해는 이들 말고도 지난해 PGA 투어 소니오픈에 출전해 남자 프로선수 못지 않은 장타를 터뜨려 놀라움을 샀던 미셸 위(13)도 가세했다. '영 코리언'이 일으킬 바람의 강도가 어떨지 관심이다. 한편 골프전문 SBS골프채널은 28, 29일 오전 7시, 30일 오전 6시30분, 31일 오전 6시부터 각각 위성 생중계한다. (란초미라지=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