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목표는 그랜드 슬램". 타이거 우즈(28.미국)의 적수는 어니 엘스도 코스도 아니었다. 그 자신 및 기록과의 싸움이 있을 뿐이다. 2000년 마스터스에서 5위를 하며 "그랜드 슬램"(단일연도 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아쉽게 놓쳤던 우즈에게 올해 다시 그 기회가 찾아왔다. 우즈는 73년만에 미국PGA투어 단일대회 4연패를 이루며 3주 앞으로 다가온 마스터스에서 사상 첫 대기록의 시동을 걸수 있게 됐다.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베이힐인비테이셔널(총상금 4백50만달러) 최종라운드는 우즈가 2위권을 몇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하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우즈가 5타차 리드를 안고 경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날 애인 엘린 노르드그렌(스웨덴)이 해준 파스타를 먹고 탈이 난 우즈는 평소 그와는 달리 제대로 걷지 못했고,숲이나 카트쪽으로 가 무릎을 꿇고 토하기까지 했다. 샷을 한뒤에는 동반자들보다 40야드나 처져 걸어갔다. 누가 보아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러나 "골프 황제"의 집중력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2번홀(파3) 4.5m파퍼트에 이어 3번홀(파4)에서는 칩샷실수에 이은 3.6m파퍼트를 집어넣으며 리드를 지켜나갔다. 2위권의 추격에 쐐기를 박은 곳은 4번홀(파5). 배를 움켜쥐고 이를 악문 고통속에서도 우즈는 3번우드로 2백65야드를 날린끝에 3.6m이글퍼트를 성공했다. 추격자들과는 8타차. 우즈는 승부가 결정된뒤에도 7,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이날 4언더파 68타로 마감했다. 합계스코어는 19언더파 2백69타. 2위그룹과는 대회 최다타수차인 11타차의 완승이었다. 그는 1930년 진 사라센이 마이애미오픈을 4연패한 이후 처음으로 단일대회를 4년연속 우승한 선수가 됐다. 미 투어 동일대회 4연패는 월터 헤이건,사라센에 이어 우즈가 세번째다. 통산 37승째를 거둔 우즈는 상금 81만달러를 받아 시즌상금 2백80만달러로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우즈는 시즌초반 5개 대회를 결장하고도 4차례 대회에서 3승을 거두었다. 엘스는 최종일 더블보기 2개,보기 3개를 범한 끝에 5오버파 77타를 기록,공동 38위까지 밀려났다. 우즈와는 19타차. 우즈와 함께 플레이한 "퍼트 대가" 브래드 팩슨(42.미국)은 마지막홀에서 1.8m파퍼트를 실패,18만9천달러(약 2억3천만원)를 손해봤다. 팩슨은 그 1타로 인해 단독2위에서 공동2위로 내려앉았다.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합계 1언더파 2백87타로 공동 31위를 차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