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제주도 전역은 화사한 유채꽃 향연이 펼쳐진다. 제주를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이는 유채는 봄이 무르익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령사와도 같다. 이즈음 성산 일출봉 주변도로와 송악산을 비롯한 용머리 해안 일대 등 유채꽃밭이 흐드러진 명소에는 신혼여행객과 봄나들이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최근 인기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우리에게 더욱 친근해진 제주.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것으로 가득한 제주가 손님맞이 준비를 마친 상태다. 제주 성산 일출봉 쪽으로 유채꽃 구경을 가면 "천 원짜리 유채꽃밭"을 경험하게 된다. 겨우내 관광지 주변에 유채꽃밭을 가꾼 주인들이 사진촬영을 할 때마다 관광객들에게 천 원씩 요금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관광객들에게 사진 촬영지로 제공하기 위해 수고로이 재배한 것이기 때문에 수고비를 받는 셈.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경우를 당하기도 하지만 전후사정을 듣고는 이내 웃음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해프닝이 종종 벌어진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밭의 아름다움은 조금 언짢았던 기분조차 바꿔줄 정도로 인상적이다. 제주의 봄을 떠올리게 만드는 유채꽃 축제가 올해도 변함없이 개최된다. 올해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제주 왕벚꽃과 유채꽃 축제를 함께 묶은 "2003 제주봄대축제"가 4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제주종합경기장과 시내 일대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과 볼거리가 많은 전시 프로그램을 보강했다. 개막 이벤트와 메인전시장,공연 이벤트,참여 이벤트,상설 부대이벤트 등으로 세분화하여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번 축제의 특징은 개최시기가 비슷한 유채꽃 축제와 연계해 개최함으로써 이전보다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 또한 주간행사로 관객들이 참여하는 행사프로그램을 확충하여 행사장을 찾는 시민이나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이번 축제를 생태환경축제로 만들기 위하여 추진된 폐품활용 홍보관이 만들어지고 폐품을 활용한 조형물 만들기 대회와 환경그림 그리기 대회 등의 행사가 마련돼 있다. 이밖에도 행사장 내에 행사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풍부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행사기간 동안 밤낮으로 문화공간을 조성하여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관광객들이 유채꽃 나들이 장소로 가장 많이 찾아가는 곳은 성산 일출봉 주변도로 주변이다. 일출봉을 앞에 두고 있는 성산일대는 흐드러진 유채꽃이 가장 많이 피는 곳이기 때문.유채꽃밭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기념촬영 하느라 여념이 없는 신혼부부들의 얼굴은 화사한 꽃 색깔을 닮았다. 부모의 손을 잡고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도 노란 유채의 따사로움을 머금고 있다. 성산만큼 많지는 않지만 가장 아름다운 유채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섭지코지를 들 수 있다. 성산 일출봉에서 2km정도 거리에 있는 섭지코지는 곶처럼 튀어나온 좁은 해안이란 뜻.좁은 땅을 의미하는 섭지와 바다를 향해 불쑥 튀어나온 땅을 뜻하는 코지를 섞어놓은 제주 방언이다. 수려한 해안도로가 펼쳐져 있는 길을 지나면 섭지코지에 닿을 수 있다. 섭지코지의 검붉은 화산재 언덕 너머에는 선녀와 용왕 아들과의 아름다운 사랑얘기가 전설로 내려오는 촛대 모양의 선돌을 볼 수 있다. 등대가 있는 섭지코지의 끝으로 가는 길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돌담 안쪽으로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유채밭이 있다. 나즈막한 구릉에서는 말과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광경을 접하게 된다. 섭지코지는 풍경이 아름다워 단적비연수와 연풍연가 등의 영화 배경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곳이다. 언덕 위에는 그림같은 성당이 지어지 있는데,이곳이 바로 드라마 "올인"의 촬영세트이다. 촬영지 옆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초원에는 제주 조랑말을 탈 수 있다. 초원을 지나면 제주의 푸른 바다와 성산 일출봉이 노란 유채꽃과 함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어우러져 있다. 제주의 서쪽에서도 유채꽃의 아름다움을 구경할 수 있다. 산방산이나 송악산 일대에서 화려하게 피어 있는 유채밭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이들이 많다. 산방굴사와 하멜기념비를 둘러 본 후 사계리 포구로 내려와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달리면 송악 나루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언덕길을 올라 사자바위입구까지 가면 관광객들을 위해 재배해 놓은 유채밭이 있다. 송악산의 검은 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노란 꽃밭은 제주의 봄 정취를 흠뻑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이다. 글=정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