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포화속에서도 당사국인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에서는 빙판의 축제가 펼쳐진다. 2003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25일(한국시간)부터 일주일간 백악관에서 불과 몇블록 떨어진 미국프로농구(NBA) 워싱턴 위저즈의 홈코트인 MCI센터에서 열린다. 이라크전 여파로 각종 스포츠 이벤트가 취소되고 있지만 미국과 국제빙상연맹(ISU)은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 41개국에서 최정상급 기량의 선수 194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 최대의관심은 `빙판의 여왕' 미셸 콴(23.미국)이 여자 싱글 정상에 복귀할 수 있느냐는 것. 콴은 이 대회에서 96년과 98년 우승에 이어 2000년과 2001년에는 2연패를 달성했지만 지난해에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따라 왕좌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었다. 하지만 콴은 지난 1월 열린 미국선수권대회에서 대회 6연패를 달성, 한물 갔다는 세간의 평을 잠재우며 건재를 과시했다 . 특히 홈에서 열리는데다 콴의 최대 경쟁자이자 지난 대회 우승자인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가 모친 병간호때문에 출전하지 않아 콴의 5번째 우승은 한결 수월해졌다. 콴의 정상 복귀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이는 선수는 국내 라이벌들로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파란의 금메달을 땄던 사라 휴스와 올 시즌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슬루츠카야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사샤 코헨. 이들 외에 일본의 후미에 수구리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으며 한국의 조해렴(이화여대)은 24명이 겨루는 프리스케이팅에 나서는 것이 목표다. 남자 싱글에서는 `지존' 알렉세이 야구딘(러시아)이 고관절 부상으로 일찌감치시즌을 접은 가운데 팀 동료 예브게니 플루첸코의 수월한 우승이 점쳐진다. 한국에서는 유망주인 이동훈(구정고)이 역시 프리스케이팅 출전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