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오는 14일(한국시간)부터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랜돌프파크골프장(파70)에서 열리는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총상금 80만달러)을 시작으로 막을 올리는 LPGA 투어는 11월말까지 31개 대회가 치러진다. 올해 걸린 총상금은 4천100만달러를 웃돌아 어느 해보다 풍성한 상금 잔치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LPGA 투어 최대 화두는 역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다.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풀시드권자만 13명에 이르며 조건부 출전권자까지합치면 20여명인 한국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올해 LPGA 투어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이는 본바닥인 미국 선수 다음으로 많은 인원. 전통적인 골프 강국 호주와 영국 등을 제치고 양과 질에서 세계 최강으로 올라선 '태극낭자군단'의 위세가 대단하다. 이와 함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독주가 올해도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올해 LPGA 투어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소렌스탐 독주 이어지나 지난해 23차례 대회에서 11차례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소렌스탐은 올해도 여전히강세를 띨 전망이다. 박세리(26.CJ)를 제외하고 이렇다할 경쟁자가 없었던 지난해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쌍벽을 이뤘던 카리 웹(호주)의 부활여부가 변수지만 올해도 가장 유력한상금왕과 다승왕 후보. 그러나 박세리를 비롯한 한국 군단의 파상 공세가 예상돼 지난해만큼 많은 승수는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강철같은 체력을 단련했다고 하지만 올해 만 33세가 되는 소렌스탐이 20대 초.중반의 한국 선수들을 압도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박세리를 6승차로 따돌렸던 소렌스탐이 올해는 2∼3승만 앞서도 성공적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선수 20승 합작 가능한가 한국 선수 가운데 투어 대회 우승이 가능한 기량을 갖춘 선수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6∼7명에 이른다.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26.KTF), 박지은(24.나이키골프), 박희정(23.CJ)은 이미 챔피언 경력이 있고 한희원(25.휠라코리아), 장정(23), 그리고 새내기 김초롱(19.크리스티나 김) 등도 우승권을 넘볼 수 있는 선수들. 지난해 쓴맛을 봤던 강수연(27.아스트라)과 김영(23.신세계)도 국내에서 여러차례 정상에 올랐던 풍부한 우승 경험 탓에 후보에서 빼놓을 수 없다. 박세리(7승), 김미현(3승), 박지은(5승), 박희정(3승) 등이 내건 목표 승수만도18승에 이르러 20승 합작도 바라볼만하다. 이와 함께 한국 선수들의 상금 총액 1천만달러 돌파도 기대된다. △박세리 최연소 그랜드슬램 달성하나 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박세리는 이달 28일부터 열리는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웹이 보유하고 있는 최연소 그랜드슬램(27세6개월)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한번도 달성하지 못한 상금왕과 다승왕에 대한 욕심 못지 않게 최연소 그랜드슬램 달성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박세리는 동계훈련 스케줄 등을 모두 나비스코를 겨냥해 짰다. 77년9월28일생인 박세리에게는 내년까지 기회가 있지만 여유가 있는 올해 이를이뤄내고자 하는 의욕이 남다르다.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또 다른 목표인 '명예의 전당' 입성도 한결 빨라진다. △한국 선수 신인왕 또 한번 배출되나 지난 98년 이후 5년간 LPGA 신인왕 가운데 3명이 한국 선수 차지였다. 신인왕에 오른 박세리(98년), 김미현(99년), 그리고 한희원(2001년) 외에 박지은(2000년), 이정연(2002년)도 신인왕 각축을 벌여 해마다 한국은 뛰어난 신인을 LPGA 투어에 '투입'해왔다. 올해도 미국 주니어 무대를 호령하던 김초롱이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남자 선수 못지 않은 장타력을 자랑하는 김초롱은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 사상 최소타(61타) 기록을 세웠던 유망주. 지난해 2부투어에서 상금랭킹 2위에 올라 프로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멕시코의 소렌스탐'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로레나 오초아와의 경쟁이 시즌을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