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제30기 아마여류국수전이 26일 한국경제신문사 1층 특별대국실과 18층 다산홀에서 개막됐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LG홈쇼핑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의 아마여류 강자와 바둑 동호인 1천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아마여류국수전은 그동안 윤영선 2단,조혜연 3단,권효진 3단 등 수많은 프로기사를 배출,여류기사의 등용문으로 불려왔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자는 일반부 B조로 출전한 김기상 할머니(서울 오금동)로 올해 84세. 8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김 할머니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기원을 찾아 바둑을 배우는 맹렬파. 경북 달성이 고향으로 농한기인 겨울에 취미로 바둑을 배웠다. 기력(祺歷)은 어림잡아도 50년이 넘지만 기력(祺力)은 생각처럼 늘지 않아 아직 9급에 머물고 있다고. 김 할머니는 "손주뻘 되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바둑판을 놓고 수담을 나누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며 밝게 웃었다. ○…이날 대회장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야무지게 바둑돌을 놓는 어린이 참가자들이 유달리 많았다. 대회 시작 전 함께 참가한 또래 친구들과 떠들기에 바쁘던 '꿈나무'들은 그러나 막상 바둑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오묘한 수읽기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자신의 기력을 18급이라고 밝힌 유희준양(대곡초등2)은 비록 1회전에서 '강적'을 만나 탈락하고 말았지만 곧바로 옆의 친구와 연습 바둑을 두며 즐거움을 나눴다. 유양의 바둑을 옆에서 지켜본 윤기현 심판장은 "바둑의 기초가 탄탄해 적어도 10급은 돼 보인다"며 "앞으로 체계적인 수업만 받으면 입단을 꿈꿔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지연양(대현초등2)은 "컴퓨터 등 다른 놀이도 있지만 바둑보다는 못한 것 같다"며 "바둑책을 보고 선생님한테 지도도 받으면서 조금씩 실력이 늘어갈 때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바둑연맹 안양시 지부는 이날 대회에 회원 30여명을 대거 참가시켜 눈길을 끌었다. 안양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매년 시장배 여류바둑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바둑 열기가 높은 곳. 여류국수전을 비롯 이창호배 등 바둑대회만 열렸다 하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참가한다. 일주일에 두번씩 안양 여성회관에서 바둑 강좌를 열어 회원들의 기력도 만만치 않다는 게 안양시 지부 유제월 회장(56)의 설명이다. 유 회장은 "보통 중년의 여성들이 모이면 자식이나 돈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우리 모임 회원들은 모이면 언제나 바둑으로 화제의 꽃을 피운다"며 "바둑을 두면 회원간 친목은 물론 부부 금슬도 몰라보게 좋아진다"며 바둑예찬론을 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