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황새' 황선홍(34.전남)이 날개를 접었다. 황선홍은 9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며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아킬레스건, 허벅지 부상에 시달려온 황선홍은 올 시즌 일부를 소화하고 명예롭게 유니폼을 벗을 생각이었으나 팬들의 높은 기대 등 부담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 황선홍은 "전남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만둬 아쉬움이 남지만 다른 인생의 첫 발을 내딛는 만큼 기대가 된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되는 게 꿈이며 2002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영광을 재현하고 가능하면 우승까지 이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지난 4일 전남을 방문, "주위분들과 상의한 끝에 선수생활을 접기로 했다. 3개월치 급여 6천만원을 반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전남측은 황선홍의 능력을 인정해 코치로 육성하겠다는 제안과 함께 반납한 급여를 전남지역 유소년축구기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칭 '사단법인 황선홍 장학회'를 설립, 운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황선홍은 이에 따라 전남선수단이 터키 전지훈련에서 돌아오는 대로 2군에서 지도자 생활의 첫발을 내딛게 되며 각종 자료 수집과 교육 등의 임무를 맡는다. 서정복 전남구단 단장은 "황선홍을 국가대표 감독 등 최고의 지도자로 만드는 장기 프로그램을 마련, 지원할 생각이며 올 K-리그 오픈시 경기장에서 공식은퇴식을 치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9세 때 축구에 입문, 건국대 2학년이던 88월 12월 일본전에서 헤딩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대표선수로 데뷔한 황선홍은 좌절도 있었지만 A매치에 103회 출전해 50골을 뽑는 등 아시아 최고골잡이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2002한일월드컵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이 48년만에 첫승 갈증을 푸는 결승골을 작렬하는 등 노장 투혼을 발휘한 끝에 한국의 4강신화를 이끌어냈다. 국내 프로무대에서는 지난 93년 포항제철 때 부터 2000년까지 총 64경기(31골 16도움)에 출전했고, 일본프로축구 J리그 세레소 오사카 유니폼을 입었던 99년에는 24골로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