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의 프로골프 투어대회 우승에 버금가는 쾌거다." 이는 11일 열린 아디다스 인터내셔널대회에서 이형택이 세계랭킹 4위인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를 꺾고 마침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대회에서 우승,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데 대한 테니스인들의 평가다. 이형택 이전 최고 실적은 지난 89년 김봉수 선수가 대한항공이 후원하는 KAL그랑프리 대회(현재 투어급 대회)의 8강에 오른게 전부였다. 물론 그 이전인 86년 유진선이 프로테니스 대회 중 최하위 등급인 서키트 대회우승과 호주오픈 본선(128강) 진출이 있었지만 총상금 35만달러 이상의 투어급 대회본선 우승은 꿈도 꿀 수 없는게 현실이었다. 투어급 대회 본선에 앞선 예선전에서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벽이 높은 남자 대회를 노리기 보다는 차라리 여자선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바람이 불기도했다. 이형택의 경우 '98년방콕아시아게임 단체전 우승에 이어 '99 팔마유니버시아드,요코하마남자챌린저 대회 우승을 비롯해 2000년 브롱코스남자챌린저 단식 우승 등으로 경험을 쌓았기에 이번 투어급 대회 우승이 가능했다. 지난해 아시아 정상을 가리는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태국의 자존심 파라돈 스리차판에게 석패하고 삼성증권 챌린저 대회도 8강에서 탈락하는 등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이형택은 12월1일 일본 요코하마 챌린저대회에서 우승하며 전기를 마련,새해 벽두에 낭보를 전할 수 있었다. 특히 테니스인들은 이형택의 우승으로 최근들어 골프 등에 밀려 퇴조의 길을 걷던 테니스가 옛 영화를 누릴 전기를 마련했다고 기뻐하고 있다. 실제로 이제 당당히 투어 대회 우승자를 내면서 투어 대회 우승자를 보유한 20여개 국가의 반열에 '한국'이라는 이름을 올려 국가 홍보 효과도 막대하다. 세계 랭킹 500위권 선수가 3명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이형택의 우승은 테니스계의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이 대회 우승으로 그간 감히 넘볼 수도 없는 것으로 여기던 그랜드 슬램대회도 결코 `못오를 벽은 아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게 받아들여진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기자 tsy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