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의 대표주자이자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영호(32.대전도시개발공사)가 20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김영호는 최근 소속팀과 협의해 현역 선수 은퇴를 확정하고 올해 대한펜싱협회에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그는 또 새해의 시작과 함께 소속팀 대전도시개발공사에서 코치로서 본격적인 지도자 수업에 들어갔다. 충남 연산중학교 1년때 펜싱부 선배들의 `마스크'에 매료돼 처음 칼을 잡은 뒤만 20년간 검을 휘둘러 온 김영호는 첫 세계선수권 메달과 첫 올림픽 금메달 등 한국펜싱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왔다. 97년 남아공에서 열린 세계펜싱선수권대회 플뢰레에서 준우승, 국내 펜싱 사상처음으로 메달을 따냈고 99년에는 오스트리아, 이란 A급대회, 서울그랑프리 등 국제대회 3관왕에 오르며 국내펜싱사를 화려하게 장식해 나갔다. 또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 아시아 `최고의 검객' 자리에 우뚝 섰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 금메달 후 김영호는 유럽 강호들의 경계 대상으로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고 때마침 찾아온 대한펜싱협회 회장 공석 사태로 인한 훈련부족 등으로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사상 첫 `그랜드슬램' 달성을 노리고 나간 2001년 세계선수권에서는 32강전에서 시드니올림픽 결승전 상대였던 비스도르프 랄프(독일)에게 패했다. 또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본선 1라운드의 벽도 넘지 못했고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왕하이빈(중국)에게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되는 수모를 겪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 뒤 은퇴 의사를 내비쳤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A급 국제대회 등을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는 김영호는 "아쉬움이 크지만 이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후배들을 앞세워 세계 정상을 다시 밟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선수와 지도자의 역할이 너무 달라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후배들에게 전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