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된 미꾸라지.' 올해 파라다이스오픈과 SBS최강전에서 우승하고 내년 시즌 미국 LPGA 풀시드를 따낸 김영(22·신세계)은 춘천CC '꿈나무 선수' 시절 '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연습을 하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절친한 동료이자 라이벌인 조경희 프로(이동수패션)가 상비군에 먼저 발탁되자 큰 자극을 받았다. 그때부터 연습벌레가 됐다. 다음해인 고2 때는 상비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국가대표가 됐다. 김 프로는 훈련할 때 체력 강화에 중점을 둔다. 골프의 기본은 뭐니뭐니 해도 체력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전 중 1시간30분∼2시간에 걸쳐 등산을 한다. 점심 때부터는 2시간 가량 헬스로 허리와 손목 등 신체 각 부분을 단련한다. 특히 복근 강화에 중점을 둔다. 운동기구의 경사도를 달리하면서 매일 수백번씩 윗몸 일으키기를 한다. 복근 운동은 거리를 늘리고 러프샷 등 힘이 필요한 스윙에 도움을 준다. 또 모래 위에서 아이언과 우드샷을 연습하기도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연습하면 보통 때 샷은 편해진다는 논리에서다. 김 프로는 스윙할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지난 2000년 겨울,김 프로는 미국으로 건너가 레슨을 받았다. 한 단계 실력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새로 배운 요령을 과도하게 적용하다 보니 오히려 슬럼프에 빠졌다. 시행착오였다. 그때 무조건 레슨을 많이 받기보다 몸에 익숙한 '자기 것'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 프로가 경기 중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은 첫번째 홀. 경기를 시작할 때마다 '어드레스는 편안히 하고,백스윙은 낮게 시작하며,임팩트시 머리가 나가지 말아야 한다' 등 골프 스윙의 기본 원칙을 꼭 되뇐다. 김 프로는 골프에서는 자신감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있으면 경기할 때도 긴장하는 대신 오히려 차분해진단다. 그래서 부담되는 선수와 플레이할 때도 "설마 나를 때리기야 하겠어"라고 스스로에게 농담을 던지며 애교스럽게 대처한다. 골프는 그녀의 성격도 바꿔 놓았다. 어린시절 주변에 항상 친구들을 몰고 다니고 남들의 시선 받기를 즐겼다.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잠깐 소리 좀 지르고 들어오겠다"며 복도에 나가 고함을 치고 돌아온 적이 있을 정도로 '괴짜'였다. 그러나 골프를 하고 나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차분한 숙녀로 변했다. 그녀는 골퍼들에게 "골프가 잘 되든 안 되든 그 상태대로 즐기라"고 권한다. "즐거운 운동이므로 웃으며 플레이하다 보면 게임이 반드시 잘 풀리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