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32)와 허석호(29.이동수패션)가 한국 남자골프를 세계 4강으로 끌어 올렸다. 최경주와 허석호는 16일(한국시간) 멕시코 푸에르토바예르타의 비스타바예르타골프장(파72. 7천73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EMC월드컵(총상금 3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합작해내 최종 합계 30언더파 258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은 일본(마루야마 시게키, 이자와 도시미쓰), 미국(필 미켈슨, 데이비스 톰스)에 이어 잉글랜드(저스틴 로즈, 폴 케이시)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은 71년 미국 대회 때 한장상, 김승학이 출전해 이뤄낸 5위의 성적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1개의 볼을 두 선수가 번갈아 치는 포섬 방식으로 치러진 최종 라운드에서 최경주와 허석호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최경주의 샷이 빛나면 허석호의 퍼팅이 뒤를 받쳤고 허석호가 칼날같은 아이언샷을 날리면 최경주는 노련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공동 8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한국은 첫홀(파4)에서 보기로 삐끗, 상위권에서 밀려 나는 듯 했다. 허석호의 드라이브샷이 벙커에 빠졌고 최경주가 그린을 놓쳐 3온 2퍼트. 그러나 곧바로 3번홀(파5)에서 최경주가 핀 1.2m에 아이언샷을 붙이자 허석호가 버디 퍼트를 떨구며 타수 줄이기에 시동을 걸었다. 상승세를 탄 것은 전날 최경주가 이글을 잡아냈던 8번홀(파5)에서 이글을 합작하면서 부터였다. 최경주의 드라이브샷이 페어웨이에 안착하자 허석호는 3번 우드로 볼을 그린에 올려 6m 이글 찬스를 만들어냈다. 최경주는 쉽지 않은 거리의 이글 퍼트를 침착하게 굴려 넣어 기세를 올렸다. 이어진 9번홀(파3)에서도 허석호의 완벽한 티샷으로 버디를 추가한 한국은 후반들어서도 버디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12번(파4), 13번홀(파4)에서 잇따라 버디를 보탠 한국은 17번홀(파3)에서 허석호의 티샷이 만만치 않은 홀 5m 지점에 떨어졌지만 노련한 최경주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공동 3위로 도약했다. 최경주와 허석호는 22만5천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일본은 이날 6언더파 66타를 때려 최종합계 36언더파 252타로 미국(254타)을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일본은 지난 57년 도쿄 대회 때 나카무라 도라기치, 오노 고이치를 내세워 우승을 차지한 이후 무려 45년만에 두번째 패권을 일궈냈다. 일본은 13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미국에 역전패를 당할 위기에 빠졌지만 16번(파4),17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 기사회생했고 미국이 마지막홀에서 더블보기로 무너진 덕에 간신히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었다. 각각 세계 랭킹 2위와 6위에 올라 있는 필 미켈슨, 데이비스 톰스를 내세워 패권 탈환에 나선 미국은 이날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며 맹추격을 벌였으나 18번홀(파3) 더블보기로 눈물을 삼켰다. 일본과 공동선두를 이룬 18번홀에서 미켈슨의 드라이브샷이 러프에 떨어진데 이어 톰스의 두번째샷은 그린 왼쪽으로 날아가더니 돌무더기가 쌓인 해저드에 빠져 버렸다. 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린 마루야마는 17번홀 버디 퍼트에 이어 18번홀에서도 이자와가 그린을 놓치자 홀 60㎝에 바싹 붙이는 절묘한 어프로치샷으로 일본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챔피언 남아프리카공화국(로리 사바티니, 팀 클라크)은 이날 1타밖에 줄이지 못해 합계 29언더파 259타로 한국과 잉글랜드에 이어 5위에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