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로 깡총하게 묶은 머리와 장난기 어린 선한 눈.' '슈퍼 땅콩' 김미현 프로(26·KTF)는 항상 천진난만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세계 정상권에 우뚝 선 '작은 거인'이자 26살 여인의 향기를 지닌 어엿한 숙녀가 됐다. 김 프로는 모든 운동을 다 좋아한다. 또 한번 시작하면 무엇이라도 그냥 빠져 버린다. 재작년 겨울에 처음 배운 스노보드 역시 그랬다. 2박3일의 스키장행. 그 짧은 동안 김 프로는 누구보다 먼저 슬로프로 나갔고 어두워져 리프트가 멈춰야 숙소로 돌아왔다. 자연히 보드 실력은 부쩍늘었다. "전 시간이 없잖아요.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도 남들만큼 잘하기 힘들어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이런 성격답게 김 프로는 골프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는 훈련을 해왔다. 목표점을 정해 놓고 10개의 공을 쳐서 하나라도 빗나가면 처음부터 다시 쳤다. 물론 10개가 모두 목표점을 맞힐 때까지는 연습장을 떠나지 않았다. 목표 설정도 매우 까다로웠다. 일례로 연습장에 '200'이라고 쓰인 거리 표지판이 있을 경우 표지판 전체가 아니라 맨 앞의 '2'자 하나만을 목표로 설정해 맞혔다. 김 프로의 훈련엔 어머니의 정성도 큰 역할을 했다. 어머니는 연습하는 김 프로의 곁을 언제나 지켰고 때론 동참하기도 했다. 동전 2개를 쌓아놓고 위에 있는 동전만 쳐내는 퍼팅훈련을 할 때 어머니는 수백번씩 동전을 다시 올려 놓아줬다. 김 프로는 매일 오전 1시간30분가량 연습볼을 치거나 퍼팅연습을 한 뒤 라운드를 한다. 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다시 1시간30분가량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연습한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체력훈련을 하고 대형거울 앞에서 연습스윙을 하며 흐트러진 폼을 스스로 가다듬는다. 스윙교정은 보통 1시간 이내에 끝나지만 '제대로 됐다'는 감이 오지 않을 때는 밤늦도록 계속된다. 그녀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라운드 후에 연습할 것을 권한다. 라운드 후의 연습은 흐트러진 부분을 잡을 수 있어 효과가 훨씬 크단다. 김 프로는 또 '굿 샷'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음과 체중을 모두 아래로 내릴 것을 권한다. 체중이 하체에 집중돼야 힘이 들어가지 않는 안정적인 샷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체에 체중을 모으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도 아래로 가라앉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 프로가 이를 위해 한때 사용했던 방법은 숨을 길게 내쉬며 어드레스하는 것. 단전쪽으로 기를 가라 앉히는 비법이다. 그녀는 경기 중 스윙이 빨라지는 느낌이 생기면 마음 속으로 느린 발라드를 부르며 라운드를 한다. 차분한 음악을 읊조리면 긴장을 완화시킬 뿐 아니라 부드러운 스윙 템포를 되찾도록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김 프로는 얼마 전 고우순 프로의 도움으로 아이언을 혼마로 바꿨고 내년 시즌부터 KTF와 KT 로고를 모두 달고 뛴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