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역시 세계 최강다웠다. 20일 밤 한국과의 A매치를 불과 하루 앞두고 입국했지만 추운 날씨 속에서도 월드컵 우승팀의 면모를 잃지 않아 오랜 비행에 몸도 추스르기도 힘들 것이란 전망을무색케했다. 아모로소와 함께 투톱으로 나선 한일월드컵 득점왕 호나우두의 동물적 감각이한국의 철벽 스리백을 잇따라 무너트릴 때마다 스탠드에선 `역시 브라질'이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브라질의 진가는 이날 은퇴무대를 갖는 마리오 자갈로(71) 임시 감독이 올해 월드컵 본선 때와는 다른 전형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한국의 신임 김호곤 감독이 데뷔전이란 점에 내심 부담을 느낀 듯 `히딩크호'의기본 전열에 손끝 하나 대지 않은 것과 달리 자갈로 감독은 스콜라리 월드컵 감독의스리백을 깨고 "평생 지론"이라는 4-4-2 포백 포메이션으로 한국과 맞섰다. 월드컵 본선 7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루시우와 에드미우손은 새 환경에 적응이 힘들었는지 잇따라 `엇박자'를 내며 2골을 내줬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호베르투카를루스-카푸의 좌,우 풀백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연출하면서 막판 흐름을 장악했다. 호나우디뉴를 시발점으로 한 공격진의 움직임도 기민했다. 허벅지 통증으로 한때 결장설이 나돌았던 호나우디뉴는 언제 아팠냐는 듯 특유의 `토끼같은 탄력'을 선보이며 자신을 마크하는 김남일을 맘껏 농락했다. 미드필더 클레베르손과 실바도 오른쪽 어태커로 나선 제 호베르투와 절묘한 호흡을 이뤄내는 한편 공격에도 적극 가담해 호나우두에 집중되는 한국 수비진을 교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브라질을 돋보이게 한 것은 선수들의 투혼이었다. 투지에 있어 둘째라면 서러워할 홈그라운드의 한국 못지 않게 브라질 선수들은볼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며 차가운 필드를 뒹굴어 한국전 개런티 50만달러가 결코아깝지 않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천문학적인 이들의 몸값도 세계정상이란 자존심과 명예 앞에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잊고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해야하는 한국축구으로서는 가슴깊이 새겨야할 경기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