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웅'이 아름답게 퇴장했다. 한국축구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온 거목인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3.포항)와'황새' 황선홍(34.전남)이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축구대표팀과의평가전을 뛰고 난뒤 아쉬워하는 팬들 앞에서 정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경기 전 "영광스럽게 떠날 수 있어 너무 좋다"던 홍명보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음에도 선발 출전해 변함없는 세계적 수비수의 진가를 팬들에 선사했고, 아킬레스건부상한 황선홍은 후반 42분 투입돼 짧은 시간이나마 마지막 A매치를 장식했다. 비록 졌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붉은 악마' 등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과 기립박수로 영웅들을 반겼고 앞날의 영광을 기원했다. 하프타임 때 공로패와 골든슈를 받았던 두 노장은 경기 뒤 전광판에 과거 자신들의 플레이가 영상으로 나오자 감회에 젖었다. 이어 후배 태극전사들의 등에 타 경기장을 돌며 환호하는 팬들에 손을 흔들어답례했고, 붉은 악마들이 눈물로 아쉬움을 표하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까지 A매치에 72번 호흡을 맞춘 두 거인은 90년대 한국축구 그 자체다. 패기 넘치는 20대 초반 처음 태극마크를 달 때부터 2002한일월드컵에서 역사적인 4강신화를 창조할 때까지 둘은 항상 한국축구의 중심에 있었다. 내년부터 미국프로축구 LA갤럭시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열어가는 홍명보는 실아있는 신화로 불린다. 90년 노르웨이와의 친선경기에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이날 브라질전까지국내 최다인 A매치 135회(9골)의 출장 기록을 남겼다. 또 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시작으로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수차례 세계올스타에 선정됐으며 FIFA선수위원에 뽑혔고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브론즈볼의 영예를 차지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그의 진가는 수비수이면서도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선수에게주어지는 `리베로'를 주로 맡으면서 상대 공격을 허무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눈과 예리한 패스, 대포알같은 슈팅 등 축구선수의 모든 덕목을 갖춘 점에서 빛난다. 건국대 2학년이던 88월 12월 일본전에서 헤딩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대표선수로 데뷔한 황선홍 역시 A매치 103회 출전해 50골을 뽑는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성적표를 남겼다. '94 미국월드컵에서 빈공을 보였고 '98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벤치를지키는 등 좌절도 있었지만 타고난 골감각에다 경기를 읽는 시야 등 '기름'을 부어99년 J리그 득점왕에 이어 이번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48년만에 첫승의 갈증을 푸는결승골을 작렬했다. 황선홍은 "붉은 악마를 비롯해 그동안 팬들의 성원에 감사하고 너무 감격스럽다.한국축구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홍명보는 "영광스런 은퇴자리를 마련해 줘 너무 감사한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