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제83회 제주 전국체전 남자 마라톤에서 지난 대회 우승자인 이의수(충남) 등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제치고 깜짝 금메달을 따낸 충북 대표 이성운(코오롱)은 경기후 가진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새가 나는 듯한 자세로 한껏 웃으며 맨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은뒤 신고 있던 마라톤화를 벗어 관중석을 향해 던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던 이성운은 막상 취재진 앞에 서는 순간 아버지를 생각하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중학교때 어머니가 가출한 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힘든 농사일을 하며 자신을 포함한 두 형제와 청각장애자인 작은 아버지까지 세 식구를 돌봐온 아버지 이영석(52)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을 시작하도록 이끈 것은 물론 힘든 형편에도 불구하고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였기에 이성운이 느끼는 부정(父情)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청주 내곡초등 4학년때 처음 육상에 발을 들여 놓은 이성운은 충북체고 재학 당시 5,000m와 10,000m 등 중장거리를 뛰며 마라톤 입문을 꿈꿔왔다. 마라톤 명문인 건국대 2학년때인 지난 99년 조선일보마라톤을 통해 처음으로 풀코스를 소화했지만 이후 별다른 입상경력이 없었던 그는 올초 졸업과 동시에 입단한 코오롱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실력을 다져왔다. 특히 풀코스 도전 경력은 물론 입상 경력도 없기에 이성운은 명절은 물론 휴일도 반납한 채 연습에만 매달렸고 이 때문에 올해 들어서는 단 한번 밖에 보고싶은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현재 병역 문제 때문에 대학원에 적을 두고 운동을 하고 있는 이성운은 "지금아버지가 가장 보고싶다"며 "내년 동아일보마라톤은 물론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