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판도가 갈수록 가관이다. 우승 문턱에 다가섰던 성남 일화가 1개월여동안 제자리 걸음만 하는 사이 2위팀들은 큰 걸음을 재촉하고 있어 우승트로피의 향방이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달 18일까지만 해도 승점 36으로 2위 안양을 10차로 따돌렸던 성남은 27일 안양과의 맞대결에서 패한 것을 포함, 최근 5경기에서 2무3패로 승점 2를 보태는 데 그쳤다. 그러나 당시 4위(승점 25)였던 전남 드래곤즈는 이 기간 8을 보탰고 6위(승점 23)였던 울산 현대도 이날 3연승의 휘파람을 불면서 승점차이를 5로 줄였다. 뿐만 아니라 안양과 포항 스틸러스도 이날 나란히 승리하며 승점 5차이로 따라 붙어 우승야망까지 재점화했다. 앞으로 남은 경기는 팀당 적게는 5경기, 많게는 6경기. 이 정도 게임수라면 승점 4-5 차이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우승트로피의 향방은 아무도 점칠 수 없는 안갯속으로 숨어버렸다. 성남이 1개월여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차경복 감독의 분석에 따르면 선수들의 나태한 정신이 가장 큰 문제이며 이로인해 그라운드에서 잦은 실수가 생기는데다 팀분위기도 덩달아 침체되고 있다. 차 감독은 주전선수중 일부를 2군에 내려보내는 `충격요법'을 실시해보기도 했으나 한 번 흐트러진 전열은 쉽게 정비되지 않고 있다. 성남은 대전, 전북, 부천, 부산, 포항 등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포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하위권 팀들이어서 외면적으로는 갈길이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는 않지만 조직력을 생명으로 하는 종목 특성상 허트러진 마음과 자꾸가라앉고 있는 팀분위기 속에서는 아무리 약체와의 경기에서라도 승리를 장담하기는쉽지 않다. 성남이 꿈에서 깨어나 얼마 남지 않은 정규리그 2연패에 도달할 지, 아니면 끝내 포위망에 갇히고 말 지 프로축구 막판이 더욱 흥미를 더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박성제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