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LG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잠실야구장. 3-1로 앞서던 LG가 8회 수비에서 1사 1.2루의 위기를 맞자 1루 내야석을 가득메운 LG 팬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야생마' 이상훈(31.LG)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로 뛰어오르자 불안감은 곧바로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체감온도가 영하에 육박하는 매서운 날씨에도 반소매 차림으로 마운드에 선 이상훈은 후속 타자를 삼진과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LG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결정난 순간. 이상훈은 9회에도 삼진 2개를 섞어 퍼펙트로 막으며 세이브를 거뒀고 왼팔을 휘두르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자축했다. 전날 1차전에도 그는 6-3으로 앞선 8회 2사에 등판, 4타자를 깨끗하게 요리하며세이브를 올렸었다. 이상훈은 개인적으로 이번 포스트시즌이 자존심 회복의 기회다.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인 97년 그는 해태(기아 전신)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구원등판해 2⅔이닝동안 4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쓰는 등 포스트시즌에서는 좀처럼활약하지 못했던 것. LG는 이상훈이 없었더라면 올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를 거치고 올시즌 중반 국내 무대에 복귀한 그는 지난 시즌 구원왕 신윤호가 부진해 마운드 운용에 애를 먹던 LG의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했다. 전성기에 버금가는 구위에 노련미까지 곁들여진 이상훈은 체력이 달릴 것이라는주위의 우려를 비웃으며 시즌 막판까지 역투했고 그의 활약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상훈은 "정말 기분이 좋다. 팀원들이 모두 고생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