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미(30)는 팬들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단순한 즐거움의 표현이 아니다. 남다른 노력을 통해 찾은 편안함의 발현이다. 그녀는 지난해 불운을 겪었다. 2위를 여섯 번이나 했지만 우승 한 번 못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연습량이 부족하거나 방법이 잘못됐을 뿐 슬럼프는 없다고 믿었습니다.그리고 나에겐 항상 운이 따른다는 자신감을 가졌죠.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이같은 노력에 보답이 따랐다. 올 시즌 2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5년간의 국가대표 경험이 프로생활에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하루 종일 운동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프로가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를 배웠어요." 그래서 정 프로는 지금도 후배선수들에게 "놀아도 골프장에서 놀라"고 권유한다. 그녀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30분간의 조깅으로 하루를 연다. 스윙과 퍼트 연습으로 오전을 꼬박 보내고 오후에는 18홀 라운드를 한다. 하루 일과는 저녁 9시가 돼야 끝이 난다. 연습은 1백회 정도의 헛스윙으로 시작된다. 다소 지겨울지 몰라도 가장 많은 도움을 준단다. "스윙은 공식화된 것이 없습니다.그러나 기본이 흔들리지 않도록 가끔 스윙을 체크해줄 '사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프로가 가장 자신있게 다루는 클럽은 드라이버다. 다소 의외지만 설명은 이렇다. "드라이버샷은 잘 치려고 부담을 가질 때 실수가 생깁니다.자기 실력은 자기가 가장 잘 압니다.남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실력만큼만 보내려 한다면 항상 일정하게 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요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백스윙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고 있다. "실전에서 거리,방향,자세 등 모든 것을 생각하다 보면 제대로 스윙할 수 없습니다. 평소 꾸준한 연습으로 모든 동작이 저절로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자연스러움의 철학'이 담긴 스윙 원칙이다. 정 프로는 책 읽기를 즐긴다. 특히 "만화 빌리러 갈 때가 가장 즐겁다"는 만화광이다. 만화는 모든 정열을 골프에만 쏟게 하는 그녀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이기도 하다. 또 '삼국지'를 무척 좋아한다. 처음 삼국지를 읽을 때 등장인물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가며 정독을 했을 정도다. 정 프로는 후배들에게 "눈앞의 목표보다 5년,10년 후를 생각하며 연습하라"며 "골프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인 만큼 조급증을 버리고 정신적인 면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