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003 시즌 프로농구 판도는 전문가들도 섣불리 '기상전망도'를 그리기 어렵다. 10개팀 모두 대대적으로 팀을 개편해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전망. 이처럼 판도 전망이 안개 속인 것은 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간판 선수의 트레이드와 용병 물갈이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은 외국인 선수들도 대부분 엇비슷한 기량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예상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단 선수 변화를 최소화한 대구 동양과 서장훈을 영입한 서울 삼성 , 그리고 김주성이라는 '슈퍼 루키'를 맞아들인 원주 TG, 그리고 '토털농구'의 큰 틀이 변하지 않은 전주 KCC 등이 플레이오프에 무난히 진출할 팀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또 강력한 팀 컬러의 창원 LG, 선수 교체가 거의 없는 인천 SK도 6강 후보로 꼽히고 있다. 서울 SK와 안양 SBS, 울산 모비스, 여수 코리아텐더 등 나머지 팀들도 선수 운용에 따라 얼마든지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는 전력이지만 몇가지 약점이 문제다. 센터 라이언 페리맨을 창원 LG에 내주고 전희철을 전주 KCC로 트레이드한 대구동양은 AJ 롤린스(200.2㎝)와 박훈근이 제 몫을 해낸다면 '테크니션' 마르커스 힉스와 '재간동이' 김승현, 그리고 김병철 등과 어우러져 지난해의 우승 전력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 다만 롤린스가 대구 동양의 빠른 농구를 소화해내지 못하면 김진 감독은 고민에빠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 삼성은 서장훈의 영입으로 고질적인 정통 센터 부재에서 탈출했고 이에 따라 외국인 선수 2명이 이규섭의 군입대 공백을 메울 수 있어 당장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우지원이 빠져나간 슈터 자리에도 이정래와 김희선이 버티고 있고 주희정의 경기 조율도 믿음직하다. 하지만 풍부하던 식스맨이 갑자기 줄어든 것이 김동광 감독의 걱정거리다. 지난해 용병 선발 실패로 만신창이가 됐던 원주 TG는 김주성(205.2㎝)의 가세로천군만마를 얻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위력을 과시한 김주성은 데릭 존슨(205.4㎝)과 트윈타워를 형성,한때 서장훈-재키 존스가 보였던 파괴력을 재현할 태세다. '농구 9단' 허재가 종종 코트에 나서면서 슈터 양경민을 도울 원주 TG는 포인트가드 김승기만 기복이 없다면 해볼만하다는 평가다. 양희승을 안양 SBS에 넘긴 전주 KCC 역시 전희철이 들어와 전력상 변화가 거의없다. '컴퓨터 가드' 이상민이 건재하고 추승균도 변함없이 맹활약이 기대되며 최강의식스맨 정재근이 뒤를 받쳐 '토털 농구'의 틀이 견고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내내 신선우 감독의 속을 썩였던 외국인 선수의 기량 문제가올해도 산뜻하게 풀리지 않는다면 고전할 수도 있다. '공격농구'로 돌풍을 일으킨 창원 LG는 강동희를 데려와 '속공 엔진'의 성능이배가됐다. 조우현, 송영진, 조성원의 득점력도 무시할 수 없고 대구 동양에서 김승현의 어시스트를 착실하게 받아주던 라이언 페리맨이 강동희와 찰떡 호흡이 기대된다. 인천 SK는 얼 아이크와 조니 맥도웰 용병 콤비가 그대로 남아 있고 문경은의 폭발적 외곽슛이 위력적이다. 조동현이 갈수록 실력이 불어나고 있고 이은호의 존재도 든든하다. 다만 홍사붕과 최명도가 번갈아 나설 포인트가드가 다른 팀에 비해 취약점이다. 안양 SBS는 리온 데릭스가 빠진 대신 안토니오 왓슨(205.3㎝)이 들어오고 김성철의 군입대를 양희승으로 메웠지만 획기적인 증강이 이뤄졌다고는 할 수 없다. 퍼넬 페리, 양희승, 김훈 '트리오'가 분발한다면 신인 정덕화 감독은 데뷔 첫해를 무난하게 이끌 수 있다. 선수를 완전히 물갈이, 가장 눈길을 끄는 울산 모비스는 '도깨비팀'으로 등장할전망이다. 채드 헨드릭(191.2㎝)과 아이지아 빅터(205.7㎝) 등 2명의 용병과 신인 정훈이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선수이며 우지원, 오성식은 대학 시절 스승이었던 최희암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합류했다. 겉으로 드러난 전력은 보통 수준이지만 풍부한 식스맨과 최감독의 용병술이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이다. 서장훈을 잃은 서울SK는 가드 임재현마저 군에 입대, 전력 손실이 이만저만이아니다. 최인선 감독이 믿는 것은 새로 데려온 퀸튼 브룩스(200㎝)와 레온 트리밍햄(198.5㎝) 등 2명의 외국인 선수, 그리고 재기의 칼날을 간 김영만이다. 여수 코리아텐더는 안드레 페리(197.4㎝), 에릭 이버츠(197.7㎝) 등 용병 듀오에 전형수의 재기발랄한 플레이가 강점이지만 정통 센터가 없는 약점이 크다. 특히 불안한 구단 재정이 선수들에게 영향이 없을 수 없어 올해도 힘든 시즌이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