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17일 사직구장에서 2년 연속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쥔 김응용감독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이날 롯데를 8-3으로 꺾어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되는 순간에도 김응용 감독은 코치 나 수훈 선수들과 악수조차 하지 않고 슬쩍 벤치를 빠져 나갔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정규시즌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기쁨보다는 11월3일부터 열리는 한국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큰 상태였을 것이다. 해태시절 9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우승 청부사'로 불렸던 김감독이지만 삼성으로 이적했던 지난 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뒤 두산과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2승4패로 난생 처음 패배의 쓴 맛을 봤다. 김응용 감독이 18년동안 몸담았던 광주를 떠나 대구에 입성한 첫 째 이유가 `한국시리즈 우승'이었지만 그 마저도 삼성의 지긋지긋한 한국시리즈 징크스를 깨트리지 못한 것이다. 삼성은 프로야구 원년부터 `영원한 우승후보'였지만 그동안 7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전패의 수모를 겪었다. 올해도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단연 한국시리즈 우승이 예상됐다. 홈런왕 이승엽과 마해영, 김한수 등이 이끄는 삼성 타선은 정규리그동안 팀 타율 0.285로 1위, 임창용, 엘비라를 앞세운 마운드는 팀 방어율 3.89로 두산(3.83)에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투.타에 걸쳐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삼성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무대에만 오르면 집단 슬럼프에 빠진다는 것이다. 해태시절 한국시리즈에서 9전 전승을 기록했던 김응용 감독도 지난 해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처절한 패배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때문에 김응용 감독은 이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낸 뒤에도 되도록 말을아끼며 미소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만 선수들이 모두 잘 해줘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한 김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경산구장에서 차분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프로야구에서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중인 김응용 감독이 개인적으로 `한국시리즈 V 10'을 이룩하며 21년동안 가슴에 맺혀 있는 삼성의 한을 올 11월에는 풀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