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 눈에 비쳐진 남한의 모습은 어땠을까. 보름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20대 전후의 여성으로 구성된 북측 응원단 2백70여명은 매일 경기장과 다대포항을 오가며 피상적으로 나마 남측의 거리와 사람을 볼 기회를 가졌다. 부산에 도착한 며칠동안 이들은 남측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환대해줘서 고맙다","통일을 이루자"는 등 준비된 듯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우선 응원단원들은 화려한(?) 남측 사람들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겼다. 이들은 "남한 사람들은 왜 찢어진 바지를 입고 다닙니까","왜 머리에 물을 들이고 다닙니까"라며 이상한 눈으로 남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특히 한 여성은 외래어 간판으로 가득한 부산거리에 대해 "여기는 조선땅이 아닌 것 같습네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신기하게 여긴 것 중의 하나는 사람들마다 들고 있는 휴대전화였다는 후문이다. 응원리더 4명 가운데 한 명인 리성희씨는 "공기가 탁하다"며 북측에서 가져온 '금강산샘물'을 마셨다. 한 단원은 "(부산은) 냄새가 별로 안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만경봉 92호가 접안해 있는 다대포항 주변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호감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체류기간 이들이 예술공연을 가진 것은 모두 5차례였지만 13일 밤 다대포항 매립지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북측의 제의로 이뤄졌다. 북측 응원단은 "남측 사람들이 우리 응원을 따라해 기분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념의 벽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빨리 아버지(김정일) 곁으로 가고 싶다"거나 "열심히 응원하는 것이 장군님을 위한 길" 등으로 끝나 지켜보는 부산시민들의 기분을 씁쓸하게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